'포스트 메르켈' 체제 향배는…독일 26일 총선
사민당이 근소하게 기민·기사 앞질러…총선 후 연정 모델 윤곽 나올듯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독일에서 '포스트 메르켈' 체제를 결정할 연방하원 총선이 오는 26일(현지시간) 치러진다.
이번 총선은 현재 연립정부 소수파인 사회민주당(SPD)이 다수파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을 지지율에서 다소 앞서는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발표된 주간 슈피겔의 마지막 총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도좌파인 사민당은 25%의 지지율로 중도우파인 기민·기사 연합(23%)을 2%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섰다.
최근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사민당은 2∼3%포인트 차로 기민·기사당 연합을 따돌렸다.
다만 기민·기사당 연합은 총선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사민당과의 격차를 좁혀나가 아직 총선의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은 올해 초만 해도 37%에 달했다가 점점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특히 지난 7월 기민·기사당 연합의 총리 후보인 아르민 라셰트가 독일 서부 홍수 피해 현장에서 웃는 모습을 보인 뒤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결국 지난달 말께부터 기민·기사당 연합은 사민당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애초 기민당 대표인 라셰트는 총리 후보로 지명할 당시부터 기사당 대표인 마르쿠스 죄더에게 인기도가 한참 밀리는 등 약체 후보로 꼽혔다.
반면 사민당의 총리 후보인 올라프 숄츠는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안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기민·기사당 연합을 이끌고 16년간 집권한 민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선거 막판에 숄츠 후보를 견제하면서 기민·기사당 연합에 힘을 실어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슈피겔 여론조사에서 올해 봄까지만 해도 선두를 달리던 녹색당은 16%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녹색당은 안나레나 배어복 총리 후보의 저서 표절 및 소득 누락 논란 속에서 지지율이 하락했다.
친(親)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은 12%,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0%, 좌파당은 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총선에서는 5% 이상을 득표한 정당만 원내에 진입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기후변화와 난민, 연금, 조세 정책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총선이 끝나도 곧바로 차기 총리가 정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과반 득표 정당이 나올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가운데 어떻게 연정이 꾸려지는가에 따라 총리와 집권세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하원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기반을 둔 연정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사민당이 제1 정당이 될 경우 녹색당, 자민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숄츠 후보는 총선 과정에서 라인란트팔츠주(州)에서 이뤄지는 사민-녹색-자민 간의 연정을 칭찬한 바 있다.
사민당이 녹색당, 좌파당과 함께 진보 연정을 이를 가능성도 있다.
이 조합은 노동, 복지, 환경 정책에서 어느 정도 공집합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외교·안보 정책에서 이견이 상당히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좌파당은 사민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탈퇴를 주장해왔다.
슈피겔 여론조사에서 사민-녹색-자민 간의 연정에 대한 선호도는 57%, 사민-녹색-좌파 간의 연정에 대한 선호도는 52%로 나왔다.
기민·기사당 연합-녹색-자민 간 연정에 대한 선호도도 53%로 높게 나왔다.
지난 2017년 총선이 끝난 뒤에는 기민·기사당 연합이 제1당이 된 후 기민·기사당-녹색-자민 간의 연정 협상이 이뤄졌다가 깨진 후 기민·기사당-사민 간의 연정 협상이 타결됐다.
새 정부 출범까지 5개월여가 걸렸다.
연정 주체들은 협상 과정에서 치열한 논의 끝에 합의한 정책적인 내용을 수백 페이지 분량의 상세한 정책 합의문에 담아 서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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