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 대통령 풍자 벽화 수사 논란 속 '셀프 디스'
"비난받는 데 익숙…멍청이·립서비스 등으로 불린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자신을 풍자한 벽화에 대한 수사가 논란이 되자 "비난에 익숙하다"며 자신을 스스로 비판하는 '셀프 디스'를 선보였다.
16일 CNN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궁에서 주최한 언론사 편집인 간담회에서 "사실 나는 벽화 철거와 (티셔츠 판매자) 체포에 대해 미리 알지 못했다"고 관련 질문에 답했다.
이어 "벽화와 관련한 대응 조치를 알고 난 뒤 경찰청장을 질책하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조코위 대통령은 "나는 비난을 거부하지 않는다. 비난받는 데 익숙하다"며 "나는 외국의 하수인, 쁠랑가 쁠롱고(자바어로 멍청이), 립서비스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그건 매일 먹는 음식과 같다"고 웃어넘겼다.
중부 자바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가구 사업으로 성공한 조코위 대통령은 친서민 정책으로 2014년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 인도네시아에서 군부나 기성 정치권 출신이 아닌 첫 대통령이 됐다.
그는 2019년 4월 17일 치러진 대선에서도 55.5%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해 같은 해 10월 두 번째 5년 임기를 시작, 7년째 대통령을 맡고 있다.
지난달 조코위 대통령 얼굴 풍자 벽화와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벽화가 자카르타 수도권과 지방 도시에 그려져 논란이 됐다.
자카르타 외곽 땅그랑의 공항철도 교각 아래에 그려진 조코위 얼굴에는 '404:Not Found'라는 문구가 적혔다.
해당 문구는 클라이언트가 서버에 요청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을 때 뜨는 오류 메시지다.
이 벽화를 두고 네티즌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방역 실패와 경제 불황, 대통령의 지도력 부재를 꼬집은 거라는 해석을 내놨다.
경찰은 지난달 13일 벽화를 검은 페인트로 덧칠해 지우고, 해당 벽화를 그린 그라피티 작가를 찾기 위해 목격자 진술 청취 등 수사를 벌였다.
이어, 경찰은 해당 벽화를 본뜬 티셔츠를 온라인에서 판매한 동부 자바 투반의 한 남성을 체포하고 사과 동영상을 찍어 올렸다.
당시 경찰은 "벽화, 티셔츠, 뭐든 국가 원수에 대한 무례한 표현은 인도네시아 문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단속 의지를 밝혔다.
또, 지난 7월 말에는 땅그랑 도로 옆 벽에 "하느님, 배가 고파요"라는 낙서가 등장하자 경찰이 검은 페인트로 덧칠했다.
당시 경찰은 그라피티 작가를 찾아냈지만, 작가가 "정부 정책과 무관한 메시지"라고 주장해 입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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