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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절 T세포는 힘 못 쓴다? 암세포 죽이는 T세포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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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절 T세포는 힘 못 쓴다? 암세포 죽이는 T세포 따로 있다
림프절에 상주하면서 암세포 기억해 제거하는 T세포 발견
생쥐 실험서 림프절 전이 흑색종 세포, 종양으로 못 자라
미국 다트머스의대 연구진, 저널 '이뮤니티'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다른 부위로 옮겨가는 암세포 무리는 대부분 림프절을 먼저 거친다.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 무리가 다른 부위로 전이할 때 림프절이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림프절은 또 암세포나 감염을 퇴치하는 T세포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역설적인 현상은, 이런 림프절에 일단 암세포가 전이하면 면역세포 공격으로 잘 제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면역 반응을 직접 생성하는 림프절에서 어떻게 많은 암세포가 살아남는지는 의학계의 오랜 미스터리였다.
최근 미국 하버드의대의 최대 교육병원인 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털(MGH) 연구진은 여기에 관여하는 '고체 스트레스(solid stress)'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암세포가 림프절에 전이해 종양으로 커지면 고체 스트레스가 증가해 혈액의 흐름과 혈관의 T세포 운반 능력이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T세포가 종양 안으로 잘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림프절에서 암세포를 공격해 죽이는 T세포 집단(population)이 따로 존재한다는 걸 미국 다트머스대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런 T세포는 혈류를 타고 온몸을 도는 대신 림프절에 오래 상주하면서 암세포를 공격했다.
다트머스의대 '면역학·암 면역치료 연구 프로그램'의 메리 조 터크( Mary Jo Turk)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4일(현지 시각) 저널 '이뮤니티(Immunity)'에 논문으로 실렸다.





보통 T세포는 혈액에 섞여 림프절을 빠져나간 뒤 온몸을 돌고 나서 다시 혈류를 타고 림프절로 돌아온다.
이번에 발견된 T세포 무리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였다.
이들 T세포는 혈액에 섞여들지 않고 림프절에 장기간 머물면서 암세포를 공격했다.
터크 박사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지만, 이들 T세포는 자체 유전자 프로그램을 바꿔 순환 혈액에 합류하지 않았다"라면서 "대신 림프절에 여러 달 머물면서 종양 세포를 제거했다"라고 말했다.
'림프절 상주 기억 T세포'로 불리는 이들 T세포는 실제로 흑색종에 걸린 생쥐 실험에서 림프절로 옮겨온 암세포의 후속 전이를 막았다.
연구팀은 한 달 전 면역요법으로 암을 치료한 생쥐를 모델로 썼다.
흑색종 세포를 다시 이식했더니 생쥐의 림프절에 남아 있던 항암 내성이 작용해 흑색종 세포가 종양으로 자라지 못했다.
'암 유전체 아틀라스(Cancer Genome Atlas)'의 흑색종 표본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이런 유전적 특징을 가진 T세포가 존재하면, 흑색종 세포가 림프절에 전이한 암 환자의 예후와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좋았다.
림프절에 상주하는 T세포라는 개념은 이전에도 나왔으나, 림프절에 상주하면서 암세포를 죽이는 T세포가 발견된 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번에 터크 박사팀은 혁신적인 시퀀싱(유전자 서열 분석) 기술을 활용해 이들 T세포 특유의 유전정보 전사 특징도 확인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미국 베일러의대의 컴퓨터 생물학자인 청차오(Chao Cheng) 박사는 "이들 T세포의 유전자 발현 프로필(profile)은 매우 독특해, 혈류를 타고 순환하는 T세포는 물론이고 피부 등에 상주하는 기억 T세포와도 확연히 달랐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다음 계획은, 이들 기억 T세포가 림프절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생성되고 활성화되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전이암을 차단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여러 인체 조직에 이들 T세포를 배치해 암의 전이를 차단할 수 있는지 이해하면 치료법 개발도 가능할 거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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