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 '톈안먼 추모단체' 국가전복선동죄로 기소
'일국양제' 홍콩서도 톈안먼 시위 언급 금기시될 듯
홍콩보안법 시행 후 1년여만에 홍콩 민주진영 절멸 위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홍콩 당국이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희생자 추모 사업을 해온 민간단체 관계자들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상의 국가전복선동죄로 기소했다.
10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는 전날 밤 홍콩 경찰로부터 리척얀(李卓人) 주석 등 3명의 활동가가 홍콩보안법상 국가전복선동 혐의로 기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홍콩 당국은 국가보안법 수사와 관련한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한 혐의로 이 단체 초우항텅(鄒幸?) 부주석 등 5명을 기소했다.
앞서 홍콩 경찰의 홍콩보안법 담당 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전날 수사 자료 제출을 거부 혐의로 초우 부주석 등 지련회 관계자 4명을 체포한 바 있다.
경찰은 또 전날 지련회가 홍콩 도심에서 운영해온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기념관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련회를 오랫동안 이끈 리 주석은 2019년 여름 이후 홍콩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진 반정부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이미 유죄 선고를 받고 감옥에 수감된 상태인데 이번에 이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재판을 받게 됐다.
홍콩보안법 시행 후 단체 관계자들이 여러가지 혐의로 홍콩 경찰의 집중적 수사를 받으면서 지련회는 최근 해산을 결의하며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전날 홍콩 법원은 작년 6월 4일 빅토리아파크에서 열린 톈안먼 희생자 추모 집회와 관련해 불법 집회 개최 등 혐의로 기소된 호 부주석과 5명의 전 상임위원 등 총 6명의 지련회 전·현직 간부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지련회는 오랫동안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진상을 알리고 희생자 추모에 앞장서 왔다.
이 단체는 매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파크에서 대규모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가두행진과 마라톤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홍콩 당국의 압박 속에서 지련회가 사실상 와해되면서 향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적용되는 홍콩에서도 톈안먼 시위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활동이 금기시될 가능성이 커졌다.
홍콩보안법 시행 후 1년이 지나는 동안 조슈아 웡과 지미 라이 등 저명한 범민주 진영 인사들이 체포돼 중형을 받을 위기에 처한 가운데 많은 야당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두려움 속에서 해외로 망명하거나 단체를 스스로 해산하는 경우가 잇따라 홍콩의 범민주 진영은 거의 절멸 상태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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