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파키스탄행 아프간 난민, 현실은 '차별·추방 위협'
파키스탄서 마약거래상·범죄자·테러분자로 간주되기도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으로 난민 70만명 파키스탄행 관측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55세의 아프가니스탄 난민 모하마드는 파키스탄 보안군에게 900달러의 뇌물을 주고 간신히 국경을 넘었다.
하급 경찰관이었던 모하마드는 아프간에 남아있다가는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르는 처지였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후 그의 상관은 살해당했다.
자신이 다음 차례일 것을 직감한 모하마드는 부인과 자녀 5명을 데리고 무작정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탈레반의 검문에 걸렸지만, 다행히 경찰 신분이 들통나지 않고 파키스탄의 차만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사태 속에서 아프간에서 몰려드는 난민을 70만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국경지대에 철책을 설치하는 등 아프간 난민 유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고향 땅을 등지고 떠난 아프간 난민이 가까스로 파키스탄으로 들어가더라도 다가오는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파키스탄에서는 이들을 마약거래상, 테러리스트, 범죄자로 여기는 시선이 많다.
극단주의 단체 '파키스탄 탈레반'(TTP) 조직원들이 난민들 사이에 섞여 들어와 테러를 저지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강하다.
지난 5일 파키스탄 남서부 퀘타시 외곽 검문소에서는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3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는데, TTP가 배후를 자처했다.
TTP는 파키스탄 정부를 전복하고 이슬람주의에 입국한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
테러 이후 아프간 출신 젊은 남성들이 집단으로 체포되거나 구타당하고, 난민촌에서 파키스탄 당국의 수색이 벌어지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치권에서는 아프간 난민들을 강제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난민들이 많이 들어온 파키스탄 신디 지역의 거주민들은 이전에 아프간,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지에서 온 난민들로 포화상태라면서 새로운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시위도 벌였다.
실제 파키스탄은 아프간 난민을 추방하기도 한다.
파키스탄 당국은 지난 2016년에 50만명의 아프간 난민이 돌아가도록 했고, 최근 일부 지역에서도 난민을 추방했다.
파키스탄은 속지주의를 채택해 자국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시민권을 주고 있는데, 아프간 난민 어린이들을 예외로 하며 차별하고 있다.
파키스탄 당국이 아프간 탈레반을 지원했다는 점도 탈레반을 피해 온 난민들을 위협한다.
파키스탄에서는 탈레반이 미국에 맞서 싸운 정의로운 무슬림 전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유엔은 파키스탄이 현재 140만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수십만명의 난민이 등록되지 않고 불법으로 파키스탄에 체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키스탄은 아프간에서 몰려온 난민을 수용하기 위한 캠프 건설과 식량 공급 등에 2억2천만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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