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리 공약 깨고 세금 대폭인상…코로나·고령화 대응(종합)
근로자·고용주·투자자, 보건복지 비용부담 1.25%P↑
조세부담 40여년 만에 최대폭 상승…여야 모두 반발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고령화에 대응해 공약을 깨고 수십 년 만에 최대 폭으로 조세부담을 높인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체계 부담을 줄이고 사회복지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비용 조달이 목적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7일(현지시간) 새로운 보건과 사회복지 부담금 도입을 발표했다고 BBC와 더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내년 4월부터 근로자와 고용주가 내는 국민보험(National Insurance) 분담금 비율이 1.25%포인트 인상된다. 이후 2023년부터는 국민보험은 원상복구 되고 그만큼이 사회복지 부담금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과세된다.
보건과 사회복지 부담금은 기존엔 국민보험 분담금을 내지 않던 고령 근로자들도 납부하게 된다.
투자자들의 배당소득세율도 1.25%포인트 인상된다.
이번 조세부담 상승은 40여 년 만에 최대폭이다.
존슨 총리는 세금 인상으로 3년간 360억 파운드(57조7천억 원)를 걷어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보건서비스(NHS) 과부하를 해소하는 데 사용한다.
존슨 총리는 환자 수용 능력을 10% 늘리고 진료·검사·수술을 900만 건 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국은 코로나19에 집중하느라 일반 환자 치료가 수백만 건 이상 밀려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날 NHS에 6개월간 54억 파운드를 지원한다고 밝힌 데 더해 이번 지원안을 내놨다. 영국은 의료서비스 이용이 무료다.
사회복지 시스템 변화에는 3년간 53억 파운드가 할당된다. 이후 점차 재원이 확대되지만, 정부는 NHS 환자 대기 문제가 해결되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2023년 10월부터는 평생 지출하는 돌봄 비용에 한도(8만6천 파운드·1억3천800만 원)가 도입된다.
요양원 비용 등을 대느라 집을 파는 등 전 재산을 쓰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BBC는 현실적으로 해당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산이 2만 파운드(3천200만 원) 이하면 돌봄 비용을 국가에서 모두 대고 2만∼10만 파운드인 경우도 보조를 받는다.
존슨 총리는 역사상 최대규모 NHS 지원이며 노인들이 가능한 한 최선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부들이 수십 년간 문제를 회피해왔지만, NHS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후유증을 해결할 수 없으며 사회복지를 해결하지 않고선 NHS를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집권당인 보수당에선 세금 인상을 안 하겠다는 공약을 파기했다며 반발이 거세다. 야당인 노동당 등에서는 청년층과 저소득층이 등이 과도한 부담을 지게 돼서 불공평하다고 비판했다.
존슨 총리는 "빚을 더 내서 비용을 댄다면 무책임한 것"이고 "코로나19 팬데믹은 누구의 공약에도 들어있지 않았다"며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국민보험 분담금을 올리는 것이야말로 기업들도 기여하고 고소득자가 세금도 더 많이 내기 때문에 가장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스카이뉴스는 존슨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2024년 총선 전에 세금 인상이 더 없을 것이라는 확답을 내놓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국가연금 지급액 인상은 1년간 억제키로 했다.
국가연금은 물가상승률, 임금상승률, 2.5% 중에 높은 수치에 맞춰서 매년 인상되는데 올해는 이 중에서 임금상승률을 제외키로 했다.
코로나19 이후 기저효과로 임금상승률이 매우 높게 나와서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너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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