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탈레반과 공식 대화 시동…정보국 수장 카불 도착
"양국 안보·경제·무역에 초점"…인도도 탈레반 공식 접촉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인도, 파키스탄 등 이웃 나라들이 속속 탈레반과 대화에 나서고 있다.
5일 AP통신,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보국(ISI) 수장 파이즈 하미드가 전날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아프간 수도 카불에 도착했다.
AP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파키스탄 관리 두 명이 대표단의 카불 방문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그동안 파키스탄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은 탈레반에 군사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지속해서 부인했지만, 미국과 아프간 정부는 파키스탄의 탈레반 지원을 종종 비난했다.
파키스탄과 앙숙인 인도는 파키스탄과 친하다는 이유로 탈레반을 지난 20년간 상대하지 않고, 친미 성향 아프간 정부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파키스탄의 둔야 미디어그룹 편집장은 트위터에 "ISI 수장 하미드가 탈레반의 초청을 받아 대표단을 이끌고 카불에 도착했다"며 "이번 회담은 양국 안보, 경제, 무역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적었다.
하미드 일행의 방문에 앞서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셰르 모함마드 압바스 스타니크자이 탈레반 정치사무소 부대표가 카타르 주재 파키스탄 대사와 만나 현 상황과 아프간 재건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도하에 대외 창구 격인 정치사무소를 뒀고, 스타니크자이는 탈레반의 대외 협상 최고 책임자로서, 미국과 평화협상 등을 이끌었다.
앞서 카타르 주재 인도 대사 디파크 미탈도 지난달 31일 도하에서 스타니크자이와 만났다.
인도 외교부는 당시 만남이 탈레반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며 양측은 아프간에 남아 있는 인도인의 안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카불에 140명 등 아프간 여러 곳에 인도인이 남아있다.
양측이 공식적으로 외교 접촉을 하고 인도 정부가 이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지난 6월에도 도하에서 비밀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도 정부 등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인도는 20년 넘게 탈레반을 테러리스트 조직이자 파키스탄의 '대리인'이라며 무시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정세 변화에 따라 탈레반을 새로운 외교 파트너로 조금씩 인정하는 모양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