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이어 뉴욕 한복판도…기후변화에 안전지대는 없다
'태평양 섬나라 얘기 아냐' 선진국들도 위험
"인프라 부실해 내일커녕 오늘도 대처불능"
학계 오랜 경고 묵살한 재난당국 허찔리기 시작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올여름 북미와 서유럽 등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때 폭풍이나 해일, 이상고온, 가뭄 등 기후변화의 피해는 작은 섬나라나 저개발 국가에 집중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선진국의 대도시 한복판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현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아이다가 쏟아낸 5시간의 폭우로 미국 북동부 일대에서 최소 41명이 사망하고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뉴욕이 교통·통신 두절과 정전으로 마비됐다.
테네시주에 기록적인 폭우로 수십 명이 사망하고 허리케인 '헨리'가 뉴욕 맨해튼에 폭우를 뿌린 지 불과 열흘 만에 일어난 일이다.
지난 7월 중순에는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에서 물 폭탄이 쏟아져 대홍수가 일어나며 수백 명이 사망했다.
미 북서부와 캐나다 서부 지역은 올여름 폭염으로 수백 명의 목숨을 잃었고 유럽 각국도 폭염과 산불로 몸살을 앓았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역시 기후변화가 지목된다.
기후변화로 폭풍우 등 극단적 기상이 더 빈번해지고 더 강력해졌으며 이는 더 악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CNN은 뉴욕 등 미 북동부 지역의 폭우 피해에 대해 "인류가 빚어낸 기후변화 때문에 세상이 점점 더 많이 목격하게 될 거라고 과학자들이 경고한 장면"이라며 "당국자들은 허를 찔렸고 폭풍의 경로를 알고 있던 기상학자들조차 그 속도에 놀랐다"고 전했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발생하면 인프라와 사전 대비가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서 피해가 크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지만, 최근 사례에서는 선진국과 도시 지역도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거대 재보험사인 뮌헨리는 올해 들어 기상 재해로 인한 경제 손실이 부유한 지역에서 가장 큰 것으로 집계했다.
조지아공대 글로벌 변화 프로그램 책임자인 킴 콥은 CNN에 "오늘 우리는 뉴욕에서 기후변화에 대비한 도시의 모습을 보지 못했고 이런 일은 전 세계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평가보고서의 저자인 콥은 "인프라가 내일의 기후는 고사하고 오늘의 기후에도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식의 기후 충격은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악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를 연구해온 단체인 세계기상귀인(歸因)(WWA) 연구진은 최근 기후변화가 강우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오늘날 같은 기후 환경에서는 최근 대홍수와 같은 수해 발생할 가능성이 1.2배에서 최대 9배까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대홍수 때 독일 아어강과 에르프트강 근처 지역은 하루 강우량이 최대 93㎜, 벨기에 뫼즈강 주변 지역은 이틀에 걸쳐 106㎜에 달했다.
벨기에 루뱅가톨릭대 재해역학연구소의 데비 구하사피르는 LA타임스에 "이는 빈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부국의 문제임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조지아공대의 콥 교수는 "극단적인 현상이 늘어날 뿐 아니라 해마다 조금씩 쌓이면서 지금 이런 기사들을 접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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