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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당 서열 7위·외교핵심 2인방, 케리와 연쇄 화상소통(종합2보)
왕이 외교부장·한정 정치국 상무위원·양제츠 정치국원 등 나서
'관계악화 미국 책임이니 협력하려면 美 정책 바꿔야' 메시지 전달



(홍콩·베이징=연합뉴스) 윤고은 김윤구 조준형 특파원 = 중국 톈진(天津)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기후문제 특사가 중국의 최고지도부를 비롯한 고위급 지도자와 잇따라 영상으로 회담을 진행했다.
케리 특사는 2일 중국 최고지도부의 일원(당 서열 7위)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기후 문제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중국 부총리와 화상으로 대화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한 부총리는 케리 특사에게 "미국은 양측의 기후변화 대응 협력을 위해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 부총리는 "기후 변화 대응 협력은 중미 협력의 중요한 부분으로 반드시 신뢰를 전제로 해야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미중 관계가 개선돼야 양국의 기후 변화 관련 협력도 잘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케리 특사는 "미중 양국은 건설적인 접촉을 유지하며 글로벌 도전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큰 노력을 쏟은 것을 인정한다"면서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파리협정을 서둘러 이행하며, 글로벌 기후변화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도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중미 양국의 협력은 파리협정이라는 중요한 기초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중미 기후변화 위기 대응 공동성명' 실행에 초점을 맞추고 유엔 기후변화 협약과 파리 협약의 목표와 원칙에 따라 계속 노력하고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논어의 구절을 인용해 중국은 기후변화 문제에서 "말에는 믿음이 있고 행동에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言必信 行必果·언필신 행필과)는 원칙을 지켜왔으며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케리 특사는 이어 최고위 외교 당국자인 양제츠(楊潔?)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영상으로 대화를 나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중미관계는 그동안 내정간섭과 중국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미국의 심각하게 잘못된 행동들로 인해 엄중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중국 측은 이런 행위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고 더욱 결연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정치국원은 이어 "중·미가 상호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의견차를 잘 대처하고, 서로 이익을 누리는 것이 양국 국민과 세계 각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며 미국이 중국을 존중하는 정책을 펴 관계 정상화를 조속히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케리 특사는 "미중 관계는 양국과 세계에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 측은 상호 존중하는 방식으로 중국과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고,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해 양국 관계 개선에 동력을 제공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케리 특사는 전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도 영상으로 대화했다.

왕 부장은 케리 특사와의 대화에서 "중미 기후변화 협력은 중미관계의 큰 환경과 무관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을 위협이자 적수로 보지 말고,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대(對) 중국 압박을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이) 긍정적인 행동을 통해 중미 관계를 정상궤도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톈진에 도착한 케리 특사는 오는 3일까지 체류하는 일정으로 카운터파트인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사무 특사와 회담하고 있다.
케리 특사는 지난 4월에도 상하이(上海)를 방문해 셰 특사와 기후변화 문제를 협의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케리 특사와의 소통에 중국 최고 지도부 일원인 한정 부총리에 더해 외교라인의 핵심 2인방인 양 정치국원과 왕 부장까지 나선 점이다.
앞서 케리 특사가 4월 중국을 찾았을 때는 셰전화 특사와의 회담 외에, 기후변화 문제를 소관업무로 두고 있는 한정 부총리하고만 화상 통화를 한 것으로 발표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 외교의 핵심 인사 2명과도 소통한 것이다.
케리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력의 거물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미중관계 돌파구 마련을 위한 메시지 전달을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럴 목적이라면 왕이 부장 등이 지난 7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의 방중 때처럼 톈진으로 건너가 직접 만났을 것이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오히려 중국 측 인사들이 케리와 화상대화를 한 뒤 곧바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선이 있다.
즉, 은밀한 메시지 전달보다는 현 미중관계의 책임을 미측에 돌리는 취지의 대내외 '선전 전략'이거나 '대미 협상 전략'에 따른 행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특히 협상전략 측면에서는 케리를 통해 가해지는 탄소 배출량 대폭 감축 압박 예봉에 '기후변화 협력을 하기에 앞서 미국의 대중 적대시 정책 변화가 먼저다'는 입장으로 맞서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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