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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매체 "중국, 미국 9·11 테러로 20년간 전략적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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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매체 "중국, 미국 9·11 테러로 20년간 전략적 이득"
"미국 혼란 틈타 ETIM 테러단체 지정·남중국해 등지서 공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2001년 9·11테러에서 시작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실패로 끝난 가운데, 중국이 그간 전략적 이득을 톡톡히 누려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SCMP는 9·11 테러 20주년을 앞두고 마련한 특집기사에서 중국은 미국이 9·11 테러를 당하자 미중 관계 개선의 기회로 활용했으며,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아프간전 등에 집중하는 동안 경제력을 키우고 남중국해 등지에서 공세를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또한 20년 전과 달리 이번 아프간 철군으로 미중 관계가 당장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2001년 9·11 테러 전까지 미중 관계는 꼬일 대로 꼬인 상황이었다.
1999년 5월 미국이 이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오폭으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 1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2000년 미 대선 캠페인에서 조지 부시 후보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이자 잠재적인 적으로 규정했다.
또 2001년 4월 중국 하이난섬 인근에서 중국군 전투기가 미군 정찰기와 충돌 후 추락하는 사고로 양국 간 긴장감과 불신이 고조됐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9·11을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으며, 미국의 관심이 중국에서 벗어나 테러와의 전쟁으로 옮겨가면서 유엔에서 중국의 지원이 필요했고 중국은 자국내 통제 문제를 글로벌 테러리즘으로 재정의할 수 있었다고 SCMP는 당시 정세를 설명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중국 주재 미국 부대사를 지낸 찰스 프리먼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부시 행정부가 중국을 잠재적인 적으로 규정한 이후 9·11 테러가 발생했다"며 "중국은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가장 먼저 미국에 위로를 표하고 지원을 약속한 외국 지도자들 중 한명이었다.
테일러 프라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9·11은 중국에 전략적 선물이었다"면서 이후 미중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됐다고 전했다.
9·11 테러 이듬해 미국은 딱히 조직이 갖춰지지도 않은 위구르족 분리주의단체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을 중국의 요구에 테러단체로 지정했고, 유럽연합(EU)과 유엔이 그 뒤를 따랐다.
미국은 또 당시 독립 성향의 천수이벤(陳水扁) 대만 총통을 골칫거리로 여기며, 대만 내 친독립 목소리를 누르고자 노력했다.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를 지낸 리처드 바우처는 "중국은 ETIM을 테러단체로 지정해 줄 것을 수년간 요청했지만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가?' '우리는 그들의 조직도, 활동도 보지 못했다'고 말해왔다"면서 "하지만 9·11 테러 후 미국은 이라크 침공에서 중국의 지원을 얻기 위해 ETIM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9·11 테러 이후 우리는 테러리스트를 샅샅이 뒤졌지만 위구르와 심각하게 관련된 이들은 찾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미국 정부는 중국이 신장 인권 탄압을 정당화하는 데 ETIM을 이용하고 있다는 우려와 미중 관계 악화 속 지난해 11월 ETIM에 대해 "지난 10여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믿을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테러단체 목록에서 삭제했다.



그러는 동안 중국은 9·11 테러 이후 매년 12% 이상씩 국방 예산을 늘렸고, 이는 같은 기간 폭발적인 경제력 성장과 맞물리며 국력을 확대했다.
또 비록 글로벌 극단주의에 대한 중국의 접근이 ETIM과 티베트 분리독립세력 등 자국내 사회적 안정에 위협이 되는 문제에 국한됐지만, 중국은 파키스탄 등 '외국 대리인'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아프간 내 탈레반 세력 등 적을 감시하고 억제하기 시작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이 기간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사기지를 세우는 등 대담한 공세를 펼쳤다.
데니스 와일더 조지 워싱턴대 부교수는 "중국은 미국이 시리아 등 다른 지역에 신경이 팔리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도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을 봤다"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에도) 행동을 취할지 않을 것이라고 계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중국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청 리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접경지역 불안정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혼란스러운 철군으로 미국 정가에서 매파들이 중국을 향해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에 더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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