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텃밭' 美일리노이, 게리맨더링·라틴계 대표성 외면 논란
주 의회, 하루 만에 선거구 조정안 졸속 처리
공화당·권리옹호단체 반발…소송 등 강력 대응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 일리노이 주의회가 앞으로 10년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주의원 선거구 조정안을 단 하루 만에 졸속 처리했다.
이에 따라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논란과 함께 공화당과 권리옹호 단체로부터 반발 목소리가 또다시 크게 일었다.
일리노이 주의회는 지난달 발표된 2020 인구 총조사 세부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적용될 177개 주의원 선거구를 재획정하고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긴급 특별회기를 소집, 상·하원에서 차례로 통과시키고 주지사실로 넘겼다.
비영리기관 '일리노이 정책연구소'는 1일 "일리노이 주의회 상·하원에서 민주당의 독주를 지속해서 보장하는 선거 지도"라고 지적했다.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의회가 선거구 조정안을 통과시킨 지 불과 수 시간 만에 라틴계 유권자 권리 옹호 단체 '멕시코계 미국인 법적 방어 및 교육 기금'(MALDEF)이 연방 법원에 이의 제기를 했다.
이 단체는 "인구 총조사 결과 일리노이 라틴계 인구는 지난 10년 새 15%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으나 민주당의 선거구 조정안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라틴계의 정치적 대표성은 외려 약화했다"고 주장했다.
소송 대리를 맡은 어니스트 에레라 변호사는 "라틴계 유권자가 다수인(라틴계 의원 선출 가능성이 높은) 상원의원 선거구는 3곳에서 2곳으로, 하원의원 선거구는 5곳에서 4곳으로 각각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투표권법 2조 위반"이라며 "미국 투표권법은 인종 또는 출신 민족을 근거로 차별하는 관행과 절차를 금한다"고 말했다.
일리노이 공화계도 연방 투표권법을 근거로 민주당의 선거구 조정안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철저한 분석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법원에 "이번 선거구 조정안이 인종별·출신 민족별 정치적 대표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연방 투표권법을 위반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를 모으는데 최소 한 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거구 조정안은 JB 프리츠커 주지사의 서명 절차만 남겨두었으며, 민주당 소속 프리츠커 주지사는 곧 서명할 예정이다.
앞서 일리노이 민주당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 인구 총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자 앞서 지난 6월 2020 인구 총조사 추정치를 가지고 일당 독점 체제를 공고히 하는 선거 지도를 그려 강행 처리했다가 제소된 바 있다.
일리노이 주법상 6월 말 이전에 의회가 주의원 선거구 지도를 그리지 못할 경우 초당적 독립위원회가 선거구 지도를 그리게 되어 있어, 민주당은 재획정 과정에 통제권을 잃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무리수를 감행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의회가 그린 선거구 지도는 거부하겠다"던 선거 공약을 어기고 이 선거구 획정안에 서명했고, 당시 공화계와 MALDEF는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계는 지난달 12일 인구 총조사 결과 발표 후 선거구 획정안을 조정해 다시 통과시켰으나, 공화계와 MALDEF는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그린 선거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일리노이 주가 초당적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선거구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편 지난 10년 새 일리노이 전체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일리노이의 연방 하원의원석은 현재 18석에서 17석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도 재조정 예정이며, 현지 언론들은 현재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는 5개 지역구 가운데 1곳이 통폐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