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 中노동문제 연구 학생, 中고향서 '국가전복' 혐의 구금
홍콩매체 "홍콩대 박사과정 학생, 한국 노동학자 저서 관련 온라인행사 개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의 노동운동을 연구하는 홍콩대 박사과정 중국인 학생이 고향에 갔다가 국가전복 혐의로 체포돼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대 박사과정 학생 팡란(方然·26)은 지난달 26일 중국 광시성 난닝의 고향집에서 국가안전부 요원들에 체포됐으며 당국의 지정장소 주거 감시 대상이 됐다.
이 같은 내용은 자신을 팡란의 아버지라고 밝힌 팡젠중(方建忠)이 전날 위챗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팡젠중은 아들이 2013년 공산당원이 됐고 당에 해를 끼칠 인물이 아니라면서 아들의 석방을 탄원하는 글을 올렸다.
홍콩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팡란과 가족에 적절한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칭화대를 졸업한 팡란은 홍콩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며 중국의 노사관계, 노동단체, 노동운동을 연구했다. 노동 관련 비정부 기구와 소셜미디어 등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논문 '전쟁, 세계체제와 노동운동의 미래'에서 "중국의 세계 정치경제 체제 진입이 방해를 받고 자본 축적이 둔화한다면 노동계급의 생활여건이 악화하고 투쟁의식이 강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 투옥된 이들을 돕는 NGO '창사푸넝'(長沙富能)의 부대표는 소셜미디어에 "생각만 해도 어이가 없다. NGO 활동가, 사회학자, 심지어 사회학과 학생까지도 국가권력을 전복시켰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후 중국의 민감한 사회 문제를 연구하는 홍콩 기반 중국 학생이 국가전복 혐의로 구금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일로 민감한 주제를 연구하는 홍콩 기반 학자들 사이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홍콩대는 학문의 자유가 위협받는 문제, 학생과 학문 연구 보호를 위한 대학의 대책에 대한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고 부연했다.
팡란의 소셜미디어에는 중국 인권 운동가의 석방을 요구하는 글과 다른 노동 인권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글 등이 올라와 있다.
팡란은 지난 2월 한국 노동운동 학자 구해근 하와이대 교수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온라인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다.
구 교수는 1960년대 이후 1990년대까지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과정을 다룬 '한국노동계급의 형성' 등을 썼다.
SCMP는 "구 교수의 연구는 당국에 의해 풀뿌리 활동이 탄압받은 1980년대 한국의 상황과 중국의 현재 상황이 비슷하다고 보는 중국 학생들 사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사회학자 린야오는 SCMP에 "노동 문제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려 하지 않는 국가의 시각에서는 그러한 문제를 연구하는 것 자체가 국가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고 전복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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