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루평균 확진 16만명…CDC 국장 "백신 미접종자, 여행 말라"
보건 전문가 "3∼4개월 뒤 상황 개선될 것" 전망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델타 변이'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4차 재확산이 계속되면서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16만명을 넘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14일 전보다 14% 늘어난 16만41명이라고 1일 집계했다.
미국에서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감염자가 16만명을 넘긴 것은 겨울철 대확산이 한창이던 올해 1월 하순 이후 7개월여 만이다.
가파르던 증가세가 둔화하기는 했지만 신규 확진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7일간의 평균 입원 환자는 14일 전보다 19% 증가한 10만868명, 7일간의 하루 평균 사망자는 93% 늘어난 1천346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또 CNN은 자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주 플로리다·텍사스·캘리포니아·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 등 5개 주(州)에서 나온 신규 확진자가 전체 확진자의 40% 이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플로리다·텍사스주에선 또 전체 코로나19 사망자의 3분의 1이 나왔다.
특히 학교가 대면수업을 전면 재개한 가운데 어린이 확진자가 기록적인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12세 미만 어린이는 아직 맞을 수 있는 백신조차 없는 형편이다.
미국소아과학회(AAP)에 따르면 8월 26일 기준 주간 어린이 신규 확진자는 20만3천962명으로 올해 1월의 정점 수준에 근접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어린이 확진자의 증가율이 더 높았다.
백신을 다 맞은 주민이 37.7%에 불과한 미시시피주에선 어린이 코로나19 누적 환자가 지난 2주 새 29% 늘었다.
어린이 입원 환자도 최근 1년 새 최고 수준이라고 CNN은 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를 보면 8월 20∼26일 하루 평균 330명의 어린이가 코로나19로 입원했다.
이런 가운데 노동절(9월 6일) 연휴를 앞두고 백신 미(未)접종자는 연휴 때 여행을 하지 말라고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이 지난달 31일 당부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그 무엇보다도 우선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여행하지 말라고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절은 통상 미국에서 여름의 끝으로 여겨지며 친구·가족과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하는 연휴다.
월렌스키 국장은 또 백신을 다 맞은 사람은 예방조치를 하며 여행할 수 있지만 이들 역시 여행을 갈지를 결정할 때 코로나19 위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백신을 접종한 친척·친구 간의 모임은 실외에서 열어야 하며, 백신 접종자를 포함해 누구든 공공 실내 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CNN은 9월 11일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한 지 1년 반이 된다며 델타 변이가 맹위를 떨치며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지만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희망은 있다고 진단했다.
더디긴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CDC 집계에 따르면 8월 31일 기준 미국인의 61.8%가 최소 1회 백신을 맞았고, 절반이 넘는 52.4%는 접종을 마쳤다.
백신 접종 자격이 있는 12세 이상 인구로 범위를 좁히면 72.2%가 최소 1회 맞았고 61.4%는 접종을 끝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전염병 교수 저스틴 레슬러는 약 3∼4개월 뒤면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레슬러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하겠지만 우리가 면역을 축적해 나가면 (앞으로 올) 재확산은 이보다는 덜 나쁠 것"이라며 "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큰 재앙에서 성가신 일로 바뀔 것이라고 여전히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끈질긴 성가신 일이 될 것이다"라며 이렇게 될 때까지는 몇 달이 아닌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스홉킨스 보건안보센터의 에이메시 아달자 박사는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구조적 문제에서 지역적 문제로 전환시켰다"며 포스트 팬데믹에도 코로나19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병원을 위기로 몰아넣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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