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보건장관 "아프간 의료 시스템 붕괴 직전"
"국제기구 지원 끊기며 재정 위기…한 달도 버티기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놓였다고 30일(현지시간) EFE 통신이 보도했다.
와히드 마즈로 아프간 공공보건부 장관은 EFE와 인터뷰에서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면서 국제기구들이 즉각적으로 자금 지원을 동결했다"며 "아프간의 공공의료체계가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가 몰락한 뒤에도 피신하지 않은 마즈로 장관은 아프간의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보건부에는 의약품과 산소, 식량 등 물자 부족 외에 재정적인 여유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몇 달간 월급을 받지 못한 직원들을 언제까지 출근시킬 수 있을지 말하기 어렵다"면서 "대부분 지방에는 이미 식량과 연료, 산소 등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수십 년간의 분쟁으로 황폐해진 아프간은 국제 원조에 가장 의존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특히 탈레반이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대부분 국제기구는 탈레반으로 자금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원을 중단했다.
의료 시스템의 외국 자금 지원이 제한된 것 외에도 아프간은 미군이 철수하면서 미국에 비축된 아프간의 국제 준비금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됐다고 EFE는 전했다.
마즈로 장관은 "아프간에 있는 3천700개 보건소 중 약 2천400개가 세계은행(WB)을 통해 전달되는 구호품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자금 지원이 동결되면서 이 보건 시설들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아프간 재경부는 필수 물자가 다 소진된 보건부와 국공립병원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예산 삭감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간은 국내총생산(GDP)의 42.9%를 원조 기금에 의지했다.
아프간의 기본 의료 서비스 85∼90%는 정부와 계약한 비정부기구(NGO)가 담당하고 있다.
다만 현재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의 광범위한 공포 통치에도 불구하고 97%의 보건소가 기능을 하고 있다.
또 3개월 넘게 임금 지급이 중단됐지만 대부분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매일 직장에 출근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긴급 대응책으로 구호품과 의료품을 아프간에 보냈다고 밝혔다.
WHO가 보낸 물자는 아프간 의료 시설 40여 곳에 공급할 예정이지만,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된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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