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사면 약속했지만 보복 우려 현실로…"감금·살해 보고"
탈레반 치하에서 공포에 떠는 성소수자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장악력을 강화하면서 반대파 등에 대한 보복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탈레반 지도부는 아프간을 장악한 후 무기를 내려놓는 정부군에 대해 사면을 약속하고 이들을 추적하지 않겠다는 서면 약속까지 하는 등 대외적으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 왔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자택 급습, 감금, 실종, 심지어 살해 등에 관한 보고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간 전직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아프간 전역에 구금 중인 가니 정부 관리는 경찰·정보기관 고위직 등 최소 12명이다.
이들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 법적 절차는 진행 중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활동가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서부 파라주의 경찰 책임자였던 굴람 사키 악바리가 지난 27일 카불과 칸다하르를 잇는 고속도로에서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전했다.
한 전직 의원은 탈레반이 한밤중 자택에 찾아왔을 때 자신은 다른 곳에 숨어 있었다면서 "가족들이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패트리샤 고스먼 아시아 담당국장은 "그들은 매우 위협적으로 수색을 하는 것 같다"며 "이는 경찰국가가 할 법한 행동이고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북부 바다크샨주에서는 사람들이 집 밖으로 끌려 나가 며칠간 실종 상태에 있다고 한 정부 관리가 전했다.
이 관리는 이런 일들이 탈레반 정책에 따른 것인지, 대원들이 개인적으로 저지르는 보복인지에 대해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면서 "탈레반 정책 차원이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들 사건의 책임 소재에 대해 탈레반은 확인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에 대해서는 탈레반을 자처하는 이들의 소행이라고 책임을 돌리고 있다.
탈레반 군대가 2주 전 카불을 장악했을 때 아프간 정부 안보 본부와 통신부 건물에 아프간 정보요원과 정보원들, 시민들의 명단을 노린 침입이 발생했다.
관리들이 미처 문건을 파쇄할 틈도 없이 침입자들은 수천 개 기밀 파일과 급여 목록 등을 손에 넣었다고 두 관리가 전했다.
관리들은 이들이 아프간어를 쓰지 않았고 탈레반을 오랫동안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정보요원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협을 느끼는 것은 정부 관리들뿐만이 아니다.
미국 매체 더힐은 이날 아프간 성소수자들이 탈레반 치하에서 공포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에 사는 한 동성애자 남성은 이 매체에 "탈레반은 아프간 LGBT(성소수자)를 수색하고 있다"며 "우리를 발견하면 그들이 우리를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동성애자는 사람들이 "가족과 조용히 살고 싶으면 성소수자들의 명단을 넘기라"는 협박과 회유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기 전부터 이미 폭력 위협에 시달렸던 성소수자들은 더욱 억압적인 통치 체제로 악명 높았던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하자 두려움에 떨고 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