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여력 부족…연도별 목표 완화해야"
철강·석유화학·반도체업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신중히 설정해야"
"탄소배출 감축 위한 기술개발 시급…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정부 지원 필요"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최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산업계가 정부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 개발 지원과 연도별 목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은 30일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변경의 산업계 영향 평가 및 제언'을 주제로 열린 제13회 산업발전포럼 겸 제4회 온라인 세미나에서 "우리 제조업은 대부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과 탄소배출 감축 시설을 갖추고 있어 추가 감축 여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2030년까지 2018년에 비해 35% 이상 탄소를 감축해야 하는 탄소중립기본법이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산업계는 탄소를 급격히 감축하면서도 고용과 성장을 지속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신기술 개발과 신산업 진입이 불가피해진 만큼 2030년 감축 목표를 최대한 신중히 설정하고, 탄소중립 기술을 개발하는 기간 동안 연도별 감축 목표를 보다 유연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석 한국철강협회 전무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35% 이상으로 설정하면 철강 산업의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며 "조선, 자동차 등 연관 산업의 생산차질이나 고용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중립 기술에 대한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가 신속히 진행돼야 2023년부터는 연구개발(R&D)에 착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자동차·건설·가전·섬유 등 전·후방산업과의 연관성이 높아 온실가스 감축 여력을 넘어선 NDC를 설정할 경우 부작용이 여러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영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2030년까지 획기적으로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폐플라스틱 수거·선별 시스템의 안정적 구축과 탄소배출권 인정 등 맞춤형 지원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도체업계도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상황임을 호소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반도체업종은 1997년부터 세계반도체협의회(WSC)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따라 탄소배출 감축 설비와 장비를 도입해 왔다"며 "추가적인 감축 잠재량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 유지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투자를 고려하면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안 전무는 "2030년 탄소 감축 목표는 그대로 두더라도 기술 개발 기간을 고려해 연도별 감축 목표는 완만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업체가 NDC 상향 조정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이 생산과 일자리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박호정 고려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탄소중립과 NDC 목표 상향 조정은 현실적인 기술 로드맵에 맞춰 한국의 잠재 GDP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우 국내 제조업을 보호·육성하는 한편 기후 복원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이제 막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임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NDC를 달성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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