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재용 '시스템 반도체 1위' 선언, 하반기부터 빛볼까
구글 등 신규 파운드리 수주…공급부족 파운드리 가격도 인상 전망
GAA 등 신기술·신형 엑시노스로 승부수…240조 초대형 투자도 대기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재천명한 가운데 최근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 실적 개선 전망이 늘고 있다.
구글 등으로부터의 신규 수주 소식에다 파운드리 수요 급증으로 가격 인상이 예고된 까닭이다.
이 부회장의 복귀로 앞으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메모리에 편중된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비메모리의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구글 등 파운드리 수주 영토 넓히고, GAA 등 신기술로 승부수
이달 초 일본의 영자신문 '닛케이 아시아'는 구글이 자사 스마트폰에 사용해온 퀄컴 칩을 대신해 '구글 텐서(Google Tensor)로 불리는 자체 칩을 제조하기로 한 가운데, 이 칩 제조에 삼성전자가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텐서의 설계부터 삼성전자가 상당 부분 참여했으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기술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이어 로이터는 지난 25일(현지시간) 구글의 차기 픽셀 스마트폰에 장착될 5G(5세대) 모뎀을 삼성전자가 공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고객사 관련 사안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삼성전자와 구글과의 유대관계를 고려했을 때 업계는 이를 모두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 경우 10월께 출시될 구글의 새 스마트폰 픽셀6와 픽셀6프로에 장착될 반도체를 삼성전자의 5나노 파운드리에서 제조할 가능성이 크다.
구글 픽셀폰의 판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에 밀리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파운드리 부문이 상반기 부진을 털고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운드리 부문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가운데, 작년대비 매출이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장담했다. 구글 픽셀폰 AP 등 수주 확대를 고려한 전망치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파운드리 가격 상승도 앞으로 삼성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대만 TSMC는 내년부터 파운드리 가격을 최대 20%까지 올리겠다고 고객사에 통보했다.
TSMC의 가격 인상은 2위 삼성전자 등 다른 파운드리 기업에도 줄줄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1위 기업의 가격 인상은 삼성전자 등의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신기술도 빛을 볼 채비를 하고 있다. TSMC가 5나노에 이어 3나노 파운드리도 삼성보다 먼저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선보일 차세대 GAA(Gate-All-Around) 공정을 통해 후발주자로서의 기술 격차를 만회하겠다는 입장이다.
GAA 공정은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은 줄이고 소비전력은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높인 기술로, TSMC는 3나노의 경우 기존 핀펫 공정으로 제조하고 2나노부터 GAA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3나노 양산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면서, 수율이 담보된다면 TSMC의 3나노보다 앞선 성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신형 AP도 연말께 출격…시스템 반도체 투자 확대도 기대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에서 주력하는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도 최근 부진을 털어내고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올해 삼성이 야심차게 공개한 '엑시노스 2100'은 성능과 발열 등의 문제로 한국과 미국 시장에 출시되는 갤럭시 시리즈에는 탑재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가 올해 말∼내년 초 선보일 차세대 '엑시노스 2200'은 미국 AMD의 설계 기술이 사용된 최신 GPU를 탑재해 퀄컴보다 열세로 지적되는 GPU 성능을 대폭 개선한 것으로 전해지며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부활을 예고했다.
KTB 투자증권 김양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AMD가 협업한 신형 엑시노스는 초기 벤치마크 성능이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앞지른 것으로 파악된다"며 "2022년 삼성전자의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물론 중가 라인업으로 탑재 비중을 확대하고, 중화권 수요도 늘면서 올해보다 출하량이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용 부회장 복귀 이후 지난 24일 발표한 3년, 240조원 투자계획도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 금액의 상당수가 삼성전자 반도체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을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3년간 최소 50조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현재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핵심이 될 파운드리 부문에서 격차를 좁혀야 하는 TSMC는 물론 최근 파운드리 영역 확대에 나선 인텔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어 대규모 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KB증권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3분기부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5나노 중심의 선단공정 생산 수율도 연초대비 2배 이상 개선될 것"이라며 "향후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은 연매출 20조∼24조원과 두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