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배 늘어난 구충제 처방전…미 "코로나 치료제 아냐" 경보
폭스뉴스 등 치료제로 언급…팬데믹 전보다 처방전·관련 환자 급증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구충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알려지고 이를 처방받는 사례가 늘자 현지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건강경보를 발령했다.
CDC는 26일(현지시간) 의사와 일반인들을 상대로 구충제인 '이버멕틴' 처방이 급증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는 건강경보를 발령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CDC는 또 이버멕틴 복용 후 심각한 중증에 걸렸다는 신고도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버멕틴은 이·회충·요충 같은 기생충을 박멸하기 위해 사람에게 처방하는 약이다. 수의사들이 소와 말 같은 동물에 구충제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폭스뉴스 등 보수 매체에서는 최근 몇 달간 이 약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언급됐다. 폭스뉴스 진행자인 터커 칼슨, 숀 해너티, 로라 잉그러햄 등이 대표적 인사들이다.
또 트위터에서는 이버멕틴이 인기 있는 주제고, 공화당 상원의원 론 존슨은 이 약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CDC에 따르면 통상 이버멕틴 처방전은 1주일에 약 3천600건 정도 발부됐다. 그러나 올해 1월 초에는 10배가 넘는 3만9천건으로 늘었고, 이달 중순에는 8만8천여건까지 상승했다.
이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통상적 수치와 견줘 24배나 증가한 것이라고 CDC는 지적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지난 2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에 쓰는 사람들을 겨냥해 "당신은 말이 아니다. 소도 아니다. 진지하게 말하는데 멈춰라"라고 당부했다.
이를 복용한 뒤 문제가 생겨 독약통제센터로 신고하는 사례도 팬데믹 전보다 3배로 늘었다.
개중에는 코로나19를 예방하겠다며 소를 위한 구충제를 마신 뒤 9일간 병원에 입원한 사람, 코로나19를 치료하기 위해 이버멕틴을 5일간 하루 5알씩 복용한 뒤 입원한 사람 등도 있다.
CDC는 이버멕틴이 코로나19를 치료하는지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충분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으며 코로나19 환자에 쓰도록 승인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약을 과다복용할 경우 위장 장애, 신경 손상, 발작, 방향감각 상실, 혼수상태, 사망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CDC는 덧붙였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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