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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최대난제는 경제붕괴…새 정부에 정적·기존관료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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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최대난제는 경제붕괴…새 정부에 정적·기존관료 부르나
은행·상점 등 문 닫고 생필품 가격 최대 50% 급등
경제 큰 축 담당하던 해외 원조·송금 등도 중단돼
"신속한 정치적 합의만이 심각한 경제 영향 막을 것"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경제 붕괴라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탈레반의 통치에 새로운 도전과제가 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탈레반이 권력을 공유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정부 부재에 아프간 경제 위기…현금 찾아보기 힘들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이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벗어나 해외로 도피한 이후 아프간에는 현재 합법적인 정부가 들어서 있지 않다.
이후 카불을 포함한 아프간 경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은행과 환전소는 문을 닫았고 생필품 가격은 급등했다.
한 건설업체 재무 담당자로 일했던 바히르씨는 "사람들은 돈이 있지만, 은행에 넣어놓고 있다. 즉 아무도 돈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현금을 볼 수 없다 보니 카불의 사업체들은 운영을 멈췄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1996년 정권을 잡았을 때와 달리 현재의 카불은 600만명이 사는 매우 복잡한 도시로 변모했다.
카불 거주자 중 상당수가 은행 계좌를 갖고 있고, 스마트폰을 쓰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익숙하다.
상점이 문을 닫으면서 카불에서는 휴대전화 충전 카드 가격이 급등한 상태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작동하고 있지만, 하루 인출 한도는 이전 3만 아프가니에서 1만 아프가니로 줄었다. 이는 미화로 116 달러(약 13만6천원)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은행들이 ATM에 현금을 넣지 않으면서 이용이 불가능한 곳도 많다.

밀가루, 식용유 등 생필품 가격은 최대 50% 올랐다.
사람들은 수중에 돈이 있더라도 쓰는 것을 꺼린다.
카불의 공무원인 토리알리씨는 "사람들이 미래에 두려움을 갖고 있어 일단 현금을 갖고 싶어한다"라면서 "앞으로의 어려움에 대비하면서, 이 나라를 벗어나야 할 때만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내려간 것은 주택 임차료다.
많은 사람이 카불을 떠나면서 임대인들은 세입자에게 무료로 계속 머물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빈집이 될 경우 탈레반이 들어와 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력 공급 사정도 나아졌다.
정부 부처나 상점 등을 문을 닫은 데다, 더는 탈레반이 주요 송전선 등을 폭파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1990년대 정권 장악 때와 달리 해외 지원 기대 힘들어
탈레반에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1990년대와 달리 해외로부터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전에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라이벌 군벌들 간의 다툼을 끝내면서 오히려 아프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탈레반 지도부와 외교관계를 구축하면서 교역이 재개됐다.
그러나 현재 국제사회는 탈레반을 제재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아프간으로의 달러 송금 등을 금지했다.
해외 아프간인들이 가장 널리 이용하는 송금업체인 웨스턴 유니언과 머니그램 인터내셔널 등 2곳도 제재 위반 우려로 아프간으로의 송금을 중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사회가 아프간 정부를 인정할지 확실성이 없다며 아프간에 예정된 특별인출권(SDR) 배정을 보류하고 다른 금융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해외 원조와 송금 등은 그동안 아프간 경제에서 큰 역할을 차지해왔다.

◇ 포용적·중도 성향 정부 구성? "기존 관료 활용해야" 주장도
경제적 고난으로 인해 탈레반이 라이벌 정치세력을 포함하는 보다 포용적이고 중도 성향의 정부를 구성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탈레반과의 권력 공유 협상을 위해 이번 주 카불로 돌아온 오마르 자퀴왈 전 재무장관은 "우리가 더 신속하게 정치적 합의로 나아갈수록 아프간을 심각한 경제적 영향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며 "은행과 상점, 부처의 문을 여는 등 카불의 일상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 탈레반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에서는 아프간에서 도망친 고위 관료들을 기존 공무원들로 대신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이 국제사회를 잘 모르는, 또 국제사회가 잘 모르는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레반은 아직 이 같은 주장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설명했다.
지난 23일 탈레반은 현재 관료를 승진시키는 대신 반군 활동 기간 고위직 중 한 명이었던 하지 모하마드 이드리스를 아프간 중앙은행 총재 권한 대행으로 임명했다.
탈레반은 첫 번째 경제조치 중 하나로 전날 고철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무원 임금을 계속해서 지급하고 "조만간" 은행 영업을 정상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카불 내 일부 식당과 카페 등이 문을 열었지만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틀 전 카불 서쪽 지역에서 카페 문을 다시 연 한 상점 주인은 하루에 방문하는 고객이 5∼10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는 "인근 검문소의 탈레반 지휘관이 카페로 와서는 카푸치노와 케이크를 먹고 갔다"면서 "도시가 시름시름 앓고 있고,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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