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8월 31일까지 철군하라" 경고…서방에선 연장 불가피론
탈레반, 이달 말 '레드라인'으로 제시…24일 G7서 시한연장 논의
연장 시 탈레반과 충돌 가능성…탈레반과 합의 도출 가능성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등 서방 진영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긴박한 자국민 대피 작전을 벌이는 와중이 대피 시한이 새 변수로 등장했다.
대피 작전이 예상만큼 속도를 못내 8월 31일로 제시한 군대 철수 및 민간인 대피 시한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탈레반은 이달 말을 '레드라인'으로 제시하며 준수를 촉구하고 나섰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월 31일 모든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는 '레드라인'"이라며 미국과 영국군이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이 계속해서 대피를 위한 추가 시간을 원한다면 대답은 '아니오'"라며 시한을 지키지 않으면 "결과가 따를 것",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아프간전에 참전한 미국 등 국제연합군은 아프간전 종료를 결정하고 이달 말을 철군 시한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철군을 완료하기도 전에 탈레반이 예상보다 빨리 아프간을 장악함에 따라 자국민과 아프간전에 협력한 현지인의 대피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됐다. 미국 등은 대피 작전을 돕기 위해 오히려 자국 군대를 추가로 투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은 8월 31일까지 애초 목표한 군대 철수는 물론이고 자국민과 아프간 협력자의 대피까지 끝내라고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는 탈레반의 바람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도 그때까지 완료할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피 작전 조율을 위해 하루에 여러 번 탈레반과 대화하고 있다며 가급적 탈레반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실제로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대체로 외국인 대피 문제에는 협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서방에서 이달 말 시한을 지키긴 어렵다는 예상이 나오고 이 경우 탈레반과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4일 주요7개국(G7)의 화상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한 연장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미국에서도 연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와 군 사이에 연장에 관해 진행 중인 논의가 있다"고 말했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방송에 출연해 추가 파병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AP통신은 탈레반은 시한 이후 공수 작전을 끝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미국의 정치인과 동맹국 등은 수많은 아프간인과 외국인의 발을 묶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새 정부 수립과 국제사회의 합법성 인정이 시급한 탈레반이 상황에 따라 추가 연장에 동의할 가능성도 있다.
AP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미국의 희망은 연장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지만 관련 논의가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탈레반과 협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31일 이후에도 대피가 이뤄지도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은 물론 탈레반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jbryoo@yna.co.kr
탈레반 점령 일주일…최후의 탈출구 카불공항서 20명 이상 숨져 / 연합뉴스 (Yonhapnews)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