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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공동부유' 외친 시진핑…'계급투쟁' 부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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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공동부유' 외친 시진핑…'계급투쟁' 부활인가
사회주의시장경제 변곡점…'현대판 지주' 민영기업 표적 포퓰리즘 성격도
G2 경제 성과 이루자 '분배'로 눈 돌려…신냉전 속 장기집권 기반 다지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이끄는 중국 공산당이 '공동 부유'라는 새 기치를 들면서 중국의 경제·사회 체제에 변화가 예고된다.
지난 18일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막 마친 시 주석을 비롯한 핵심 지도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는 훗날 중국 공산당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40년만에 변곡점 맞자
당 지도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공동 부유'의 개념과 목표를 상세히 제시했다. 핵심은 분배 기능 강화다.
"고소득 계층에 대한 조절을 강화해 법에 따른 합법적 소득은 보장하면서도 너무 높은 소득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고소득 계층과 기업이 사회에 더욱 많은 보답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이 먼저 눈에 띈다.
인위적 개입으로 부유층과 기업의 부를 사회 대중의 몫으로 돌리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했다.
선대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이 1978년 오늘날 중국의 번영 토대가 된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했다. 이후 40여 년간 중국은 분배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부자가 될 사람은 부자가 되라". '선부론'(先富論)을 앞세워 나라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 경제 정책이었다.
대담한 노선 전환은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시대의 좌경 노선으로 세계적 빈국으로 전락한 중국이 '생산력 해방'을 위해 '계급 투쟁'을 유예해야 한다는 판단했기에 가능했다.

"(다 함께) 가난한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다"라는 당시 구호는 개혁개방 노선 전환의 필요성을 함축적으로 상징한다.
이제 시 주석을 정점으로 한 현 지도부가 '공동 부유'의 기치 아래 분배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공산당이 40여 년 전 유예한 '계급 투쟁' 노선을 일정 부분 회복하는 성격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집권 초기 시 주석은 최하위층 주민을 도와 이들이 절대 빈곤에서 탈출하는 '탈빈곤'에 정책의 힘을 집중했다. 그런데 지난달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가난한 사람이 없는 '전면적 소강사회'를 이뤘다고 선언한 것을 계기로 '공동 부유'라는 새 지향점을 제시했다.

◇ '탈빈곤' 달성 선언 뒤 '공동 부유' 새 목표
공산당이 개혁개방 후 40여 년 만에 큰 노선 전환에 나선 것은 국내총생산(GDP) 총량 기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정도로 경제력이 커졌지만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사회주의 국가의 정체성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판단해서다.
작년 5월 말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경제 수장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4억 중국인 중 6억명이 월수입이 1천위안(약 18만원)에 불과한 빈곤 상태라고 '깜짝 폭로'했다. 당내 불화설로까지 비화한 이 사건은 중국에서 빈부 격차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시 주석은 내년 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통해 장기 집권이라는 '금기'에 대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공동 부유' 국정 기조는 구호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중국 경제 전반에 커다란 폭풍을 몰고 왔다.
가장 먼저 영향이 미친 곳은 중국인들의 소비 지출이 너무 크다고 지적되어온 사교육, 부동산 분야의 민영 기업들이었다.
중국은 국민의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면서 한화로 100조원대 규모가 넘는 사교육 시장을 초토화했다. 신둥팡 등 중국의 초대형 학원 업체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기에 이런 조치는 세계 자본시장에 막대한 충격을 초래했다.
또 이미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금융 안정, 국가 안보 등의 다양한 명분과 관련해 다층적인 규제에 노출된 중국의 민간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도 '공동 부유'로 사업 환경에 큰 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19일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 기사들로부터 받는 '과도한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인위적 개입을 통해 부를 사회적 강자인 디디추싱으로부터 사회적 약자인 기사들에게 강제 이전하겠다는 발상이다.
디디추싱은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고 받는 수수료가 주 수입이다. 디디추싱은 중국 시장을 석권하고도 아직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이번 조치로 디디추싱의 향후 사업 전망에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중국 대형 인터넷 기업의 사업 환경이 이처럼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시장이 이들 기업의 주가를 새로 매기는 과정에서 관련 주가는 폭락 사태를 이어가면서 시장에 큰 혼란이 초래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필요한 '내부 정돈'을 위해서는 외부의 혹평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 공산당과 급성장한 민영기업 간의 대립인가
중국 공산당이 개혁개방의 환경 속에서 인터넷·부동산·교육 등 분야에서 급부상한 민영 기업과 이 기업들을 일군 사업가들을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기류도 감지된다.
핵심 관영지인 경제참고보는 최근 '정신 아편'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쓰며 자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를 비난했다. 논란 끝에 문제의 표현을 기사에서 들어내기는 했지만 이 사건은 중국의 '이너 서클'이 인터넷 기업을 얼마나 적대적으로 보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중국 당국은 국유기업들이 몸을 사려 진출하기를 꺼리던 인터넷 분야를 중심으로 급성장해 거대한 부를 쌓은 민영 기업인들을 마치 '현대판 지주'처럼 개혁과 청산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인상마저 준다.
중국의 민영 기업인들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환경의 대변화 속에서 극도로 긴장한 상태다.
틱톡(TikTok) 성공으로 세계적 부자가 된 장이밍(張一鳴·38) 바이트댄스(字節跳動) 최고경영자 같은 젊은 창업자들이 줄줄이 은퇴를 선언하고 '강호'를 떠나고 있는데 이는 당국에 도전했다가 사실상 '유폐'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을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해석이 많다.

시 주석이 '공동 부유'를 제창한 바로 그날 밤 당국의 규제 표적이 된 텐센트는 곧장 무려 500억 위안(약 9조원)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업들이 느끼고 있는 압박감과 긴장감을 잘 보여준다.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중국이 상당한 경제 발전을 이룬 상태에서 '공동 부유' 목표를 지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기업 및 부유층과 대결 구도가 부각되는 '공동 부유' 기치를 내건 것이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권력 기반을 손쉽게 다지려는 포퓰리즘적 접근의 산물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중국 경제와 전체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많은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기에 중국의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를 예민하게 관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중국 경제와 사회를 이해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전제가 있다. 중국은 어디까지나 사회주의 국가이며 사실상 한 몸인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언제든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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