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혜성, 5천년 전 태양 방문한 혜성서 쪼개진 일부
똑같은 궤도 1884 대혜성과 '형제' 혜성…수성 안쪽까지 접근했다가 쪼개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 2019년 말 갑자기 나타났다가 이듬해 초 여러 개로 쪼개지며 사라진 '아틀라스 혜성'(C/2019 Y4)이 약 5천 년 전 인류 문명 초기 수성 안쪽까지 태양에 접근하며 하늘에 장관을 연출한 혜성의 일부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메릴랜드대학교 행성 천문학자 예콴지(葉泉志) 박사는 장주기 혜성인 아틀라스가 5천 년 전 태양에 3천700만㎞ 이내로 들어선 이름 모를 모(母) 혜성에서 쪼개져 나온 것이라는 가설을 '천문학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에 발표했다.
하와이대학 천문연구소의 '소행성 충돌 최종 경보시스템'(ATLAS)을 통해 2019년 12월 29일 처음 확인된 아틀라스 혜성은 이듬해 5월 23일 지구에 1억1천500만㎞까지 접근하며 태양으로 향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틀라스 혜성은 맨눈으로도 관측이 가능할 정도로 밝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지구를 지나기도 전에 30여 개 조각으로 파편화됐다.
아틀라스 혜성이 떨어져 나온 모 혜성은 석기시대 말에 이집트를 비롯한 북아프리카와 유라시아에서 목격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에 관한 기록은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아틀라스 혜성이 1844년에 포착된 장주기 대혜성과 똑같은 "철로" 궤도를 밟아왔다는 것이 단서가 됐다. 이는 두 혜성이 수세기 전 쪼개진 모 혜성에서 나온 '형제'라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형제 혜성군(群)은 흔한 편인데, 1994년 7월 목성의 중력에 끌려 열차처럼 잇달아 목성과 충돌한 슈메이커-레비 9(SL9)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사흘에 걸쳐 아틀라스 혜성의 파편화를 관측한 예 박사는 그러나 가설상의 모 혜성과 달리 아틀라스 혜성이 지구보다 태양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각 난 것은 의문이 남는 대목으로 지적했다.
아틀라스 혜성은 당시 태양에서 1억6천㎞ 이상 떨어진 곳에서 태양 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이 지점은 모 혜성이 쪼개지기 전에 통과했던 곳보다 훨씬 더 바깥쪽에 있다.
예 박사는 "이 정도 거리에서 쪼개졌다면 5천 년 전 태양을 더 가까이서 통과할 때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큰 의문이 남는다"면서 "장주기 혜성이 태양 근일점을 통과하기 전에 쪼개지는 것을 목격한 것은 처음으로, 예측되던 것이 아니다 보니 아주 이례적"이라고 했다.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은 모 혜성의 뭉쳐있는 상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주기도 하는데,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서 아틀라스 혜성이 쪼개진 뒤 한 덩어리는 며칠 만에 해체되고 다른 조각은 수주 간 지속했다면서 "이는 혜성의 핵 중 일부는 더 단단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아틀라스 혜성이 보인 행동은 흥미롭지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아틀라스 혜성의 살아남은 조각을 통한 증거 수집은 태양계 안쪽으로 다시 들어서는 5천 년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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