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드 구하기'…미군 도운 아프간 고위경찰관 극적 탈출
탈레반 피해 은신…수차례 접선 실패 끝에 야간에 헬기로 긴급구출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대혼란 상태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대피 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프간 고위 경찰관의 극적인 구출 소식이 전해졌다.
AP 통신은 19일(현지시간) 미군을 수년간 도운 아프간 경찰 무함마드 칼리드 와르다크와 그의 가족이 전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어둠을 틈타 헬기로 긴급하게 구조돼 미국이 보호하는 안전한 장소로 이송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탈출 성공의 배경에는 미국 내 지지자들의 '미친 듯한 노력'이 있었다고 표현했다.
칼리드와 그의 아내, 그리고 3∼12세인 아들 4명은 카불에서 탈레반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항상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면서 숨어야 했다.
또 며칠 동안 구출 가능한 접선 장소까지 가는 데 여러 차례 실패하면서 마음을 졸여야 했다고 칼리드와 함께 일했던 전 백악관 관리 로버트 매크리리가 전했다.
칼리드 가족은 카불의 국제공항을 통해 구조되기 어려웠다.
탈레반이 공항 입구부터 통제하면서 아프간인들의 출국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칼리드는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의 경찰 수장으로 텔레비전에도 출연하는 등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에 탈레반에 발각될 위험이 컸다.
칼리드가 탈레반에 붙잡혔더라면 살해될 수 있었다.
매크리리에 따르면 칼리드와 다른 전투원들은 지난주 탈레반에 완전히 둘러싸였고 어느 지점에서는 구조팀과 며칠 동안 연락이 끊기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미군은 포기하지 않고 영국 등 동맹국들과 협력해 칼리드를 사지에서 벗어나게 했다.
AP는 미군의 칼리드 구출이 '약속 지키기 작전'(Operation Promise Kept)으로 불린다고 전했다.
미국 특수부대 원사인 크리스 그린은 과거 함께 일했던 칼리드의 구출 소식에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며 기뻐했다.
미군이 칼리드 구출에 매달린 것은 끈끈한 인연 때문이다.
칼리드는 수년간 미군이 이슬람 무장조직 알카에다와 탈레반 지도자들을 체포하는 것을 도왔다.
2015년 칼리드가 수류탄 공격으로 오른쪽 다리 일부를 잃었을 때는 미군의 도움으로 국외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칼리드 가족은 미국에 난민 자격을 신청했지만 절차가 얼마나 걸릴지,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등이 불확실하다고 AP는 전했다.
아프간에서 미군을 위해 통역사 등으로 일한 아프간인은 특별이민비자를 신청할 수 있지만, 아프간 군인이나 경찰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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