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만에 짐 싸 들고 미군 수송기 탑승…바닥에 앉아 도하까지 비행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행선지도 모른 채 비행기에 올라탔어요.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목적지는 부차적이었죠. 비행기 안에서야 우리가 도하를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기 직전 가까스로 수도 카불을 벗어난 프랑스 비정부기구(NGO) '프미에르 위르장스' 활동가 피에르 니콜라 반 아에르트릭의 이야기다.
프랑스군이 도착하기에 앞서 미군 화물 수송기를 타고 아프간을 먼저 탈출할 수 있었던 그는 17일(현지시간) 프랑스앵포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미리 가방을 챙겨놨었기에 카불을 떠나야 한다는 주아프간프랑스 대사관의 연락을 받고 1시간 만에 대사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몇 시간을 대기하고 나서 다른 프랑스인 동료 2명과 함께 미국 대사관으로 갔고, 그곳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카불 공항으로 이동했다.
세 사람은 해가 지고 나서야 미군 화물 수송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미군에 둘러싸인 채 피란객으로 가득 찬 수송기 바닥에 앉아 몇 시간을 비행한 끝에 카타르 수도에 입성했다.
아직 도하의 미군기지에 머무는 그는 "우리가 언제 여기를 떠날 수 있을지 모른다"며 "아마도 쿠웨이트로 넘어가고 나서 자유롭게 이동한다는 구상을 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함께 일한 아프간 동료들에게 인사할 틈도 없이, 우리의 프로젝트를 남겨둔 채 떠난다는 게 힘들었다"며 다시 아프간으로 돌아갈 여건이 마련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프미에르 위르장스는 아프간에서 40년 넘게 구호 활동을 펼쳐왔으며,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보살핌을 제공하는 NGO에 어떤 적대감도 보이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프간 사람들은 절박합니다. 가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궁지에 몰렸는데, 의료시스템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아요. 우리는 어떤 갈등 속에서도 지원을 계속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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