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대선에서 '6수' 야당 지도자 히칠레마 압승
룽구 현 대통령 패배 시인…코로나 부도 등으로 변화 열망 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 잠비아의 대통령선거에서 야당 지도자 하카인데 히칠레마(59) 후보가 압승했다고 AFP 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히칠레마 후보는 에드가 룽구(64) 현 대통령보다 거의 100만 표가 많은 약 60%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룽구 대통령은 지난 주말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다가 이날 자신의 패배를 시인하고 정권 이양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히칠레마 당선인은 물러나는 정권에 대해 "잔인한 정권"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며 국가적 단합을 호소했다.
이번이 6번째 대권 도전이자 룽구 대통령과는 세 번째 맞대결을 펼친 히칠레마 당선인은 과거 사업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 15차례 수감됐다.
2016년 대선에서 불과 10만표 차이로 패배했고, 2017년 룽구 대통령의 차량 행렬에 자신의 차가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역죄 혐의가 씌워져 수개월 형을 살기도 했다.
당초 히칠레마 당선인과 룽구 대통령 간에는 접전이 예상됐으나 예상 밖으로 25년 만에 가장 큰 표차로 승부가 갈렸다. 그만큼 잠비아 국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70.9%로, 잠비아는 1990년 다당제 도입 이후 일부 정치폭력 일화에도 불구하고 평화적 정권 교체의 전통을 이어갔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쟁점은 경제였다.
잠비아는 아프리카 국가 중 처음으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부도 국가가 됐다.
히칠레마 당선인은 민주적 개혁과 투자 친화적 정책을 펴는 한편, 부채를 관리하면서 "부패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계획을 마무리하고 채무 재조정에 돌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히칠레마 당선인의 압승 이후 잠비아 달러 표시 국채와 유로본드 가격은 물론이고 현지 화폐 콰차 가치도 상승했다.
잠비아는 아프리카 제2의 구리 생산대국으로, 재정 수입의 70% 이상을 구리 판매대금이 차지한다. 최근 전기차 판매 호조 등에 따른 구리 수요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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