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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20년간 정치감각 키웠나…강경 이미지 벗고 유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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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20년간 정치감각 키웠나…강경 이미지 벗고 유화 목소리
인권 존중·외국 교류·포용 거듭 강조…"2001년 실권 후 개방적 변모"
현실화 여부는 낙관 어렵다는 지적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가운데 '돌아온 탈레반'이 과거 강경 이미지를 벗고 상당히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탈레반은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후 과거 집권기(1996∼2001년) 국호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The 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 명의로 국내외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잇달아 발표했다.
탈레반은 우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프간 국민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해 나가라"고 덧붙였다.
아프간 주재 외교관과 구호단체 직원에 대해서도 국적을 불문하고 아무 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향후 정부도 개방적으로 구성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소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16일 CNN과 인터뷰에서 "새정부는 비(非)탈레반 인사를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의 또다른 대변인인 모하마드 나임은 알 자지라TV와 인터뷰에서 외국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나임은 "탈레반은 고립된 상태를 원하지 않는다"며 평화로운 국제 관계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여성 권리도 존중하겠다고 했다.
탈레반 측은 전날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리와 목 등을 가리는 스카프)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 및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일련의 메시지가 주는 뉘앙스는 그간 탈레반을 둘러싼 여러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강경 수니파 집단인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에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가혹한 벌도 허용됐다. 남자들은 수염을 길러야 했다.
특히 여성은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고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까지 착용해야 했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바미안 석불 파괴, 나지불라 전 대통령 고문 및 공개 처형, 무릎 꿇은 여성 총살 등 탈레반의 여러 야만적 행위가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이번 입장 발표는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 여성 인권이 제약되고 비인도적인 처우를 받을 것이라는 아프간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2001년 정권을 잃은 후 '정치 감각'을 키우며 변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지도자들이 파키스탄, 중동 등 해외를 다니며 국제사회의 현대적 흐름을 일부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육군사관학교 산하 대테러센터(CTC)의 토머스 러티그 연구원은 자신의 논문에서 "2001년 이후 탈레반은 외부 요인에 개방적이며 더 정치적인 조직이 된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입장은 외부와 교류가 잦은 탈레반 지도부의 생각일 뿐 이에 동의하지 않는 보수 강경파도 많아 현실화 여부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탈레반은 세부 종파와 지역에 따라 여러 집단이 뭉친 조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날 온라인상에서는 카불에서 여성이 등장한 사진을 페인트칠로 덮는 사진이 올라와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최근 전국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민간 공무원 등을 학살하고 언론인과 정치인에게 테러를 가하는 등 여전히 과거 같은 잔혹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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