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폭정 vs 파시스트"…미국서 백신 찬반 시위대 유혈 충돌
백신·마스크 의무화 갈등 고조…WP "정치적 화약고로 재부상"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방역 조치를 놓고 찬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백신 접종 의무화를 둘러싼 유혈 충돌 사건까지 발생했다.
15일(현지시간) AP 통신과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에 반대하는 수백 명의 우파 시위대와 이들을 비난하는 좌파 단체가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서 정면충돌하면서 1명이 칼에 찔리고 여러 사람이 다쳤다.
LA 시의회가 식당, 술집, 체육관, 영화관, 소매점에서 백신 접종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하자 성난 우파 시위대가 14일 오후 LA 시청 앞에 모였고 좌파 시위대는 맞불 집회를 개최하면서 유혈 충돌로 이어졌다.
미국 국기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념품을 든 우파 시위대는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가 "의료 폭정"이라고 주장했고 좌파 단체는 우파 시위대를 향해 "파시스트"라고 외쳤다.
이에 흥분한 우파 시위대는 죽여버리겠다며 좌파 단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좌파 시위대는 호신용 스프레이를 분사하는 등 양측은 도심 한복판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남성 1명은 칼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고 여러 사람이 다쳤다.
또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 1명은 반대 시위대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도하다가 폭행을 당했다.
LA의 유혈 충돌 사건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둘러싼 갈등은 미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스크와 백신 의무화 조치를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분열을 초래하고 정치적 화약고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수단체 리버티 카운슬의 지원을 받은 일부 의료 종사자들은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며 지난주 전국 단위의 파업을 벌였고 샌프란시스코 부보안관 협회는 경찰에 대한 백신 의무화 조치가 시행될 경우 집단 사퇴를 하겠다고 반발했다.
사우스다코타주에선 수십만 명이 운집한 대규모 오토바이 축제 '스터지스 모터사이클 랠리'가 일주일 넘게 진행된 가운데 연방 보건당국과 주 정부는 이 행사를 두고 상반된 시각차를 드러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번 행사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널리 확산시킬 것이라며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했으나 크리스티 노엄 주지사는 "각자 개인적인 선택"에 따른 "환상적인 행사"라고 옹호했다.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은 백신 접종 의무화를 둘러싼 여론이 "상당히 분열돼있다"며 "근로자 대부분은 자신의 고용주가 백신 접종을 요구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미국인 대부분은 의료 종사자와 교사에 대한 백신 접종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jamin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