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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0조원 들여 키운 아프간 정부군 오합지졸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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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0조원 들여 키운 아프간 정부군 오합지졸된 까닭은
NYT, 미 20년 노력에도 '자주국방 실패' 진단
부패 만연해 허위입대로 6분의5가 '유령군인'
"탈레반, 마약 자금줄 튼실하고 사기·전략 우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지난 5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군하기 시작하자 무장반군 탈레반이 공세에 나섰고 주요 도시가 차례로 함락되면서 이제 수도 카불까지 위협받는다.
아프간군이 탈레반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에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미래가 점차 불확실해지는 아프간에서 분명해지는 한 가지는 아프간군을 독자적으로 싸울 수 있는 군대로 키우려 한 미국의 20년간 노력이 실패했단 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이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4월 기준 임금을 받는 아프간군(ANDSF)은 30만699명이다.
탈레반 수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으나 핵심 전투대원은 6만명이고 탈레반을 추종하는 지역 무장단체 대원이 9만명, 이외 지지자들까지 포함하면 총 20만명으로 추산된다.
숫자만 보면 규모 면에선 아프간군이 탈레반보다 우위다.
다만 아프간군 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많다.
임금을 타 먹으려고 거짓으로 등록한 경우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간군 실제 병력은 통계의 6분의 1 수준일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NYT는 "(아프간군) 장교들도 실제 병력이 장부상 인원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잘 알기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대응하지 않고) 무시할 때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칸다하르 최전선의 경찰 특수부대를 이끄는 압둘 하림(38)은 NYT에 "우리는 부패에 질식하고 있다"라면서 자신의 부대도 정원은 30명인데 실제로는 15명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프간군은 미국과 국제사회 지원으로 연간 50억~60억달러(약 5조8천억원~7조140억원) 예산을 사용한다.
미국이 '아프간군 기금'(ASFF)으로 지원한 자금만 2005년부터 이달 6월까지 750억2천만달러(약 87조6천983억원)에 달한다.
무기와 장비, 훈련비 등을 모두 합치면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군에 쏟아부은 돈이 830억달러(약 97조270억원)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자금면에선 미국의 어마어마한 지원을 받는 아프간군이 탈레반을 압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탈레반도 안정적인 자금줄을 보유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유엔 등은 탈레반 연간 수익 규모를 3억~16억달러(약 3천500억~1조8천700억원)로 본다.
이러한 탈레반 수익 60%는 마약거래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탈레반은 최근 몇 년간 아프간군 시설들을 접수하며 미군이 아프간군에 지원한 무기와 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엔 쿤두즈주(州) 쿤두즈공항의 아프간군 217부대 기지가 통째로 탈레반에 넘어가면서 탈레반이 공격용 헬리콥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력과 물자에서 탈레반이 아프간군에 못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도 대등한 전투조차 벌이지 못하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결국 사기와 전략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미국이 철군을 발표했을 때 탈레반은 (공세에 나서려고) 동력을 결집하기 시작했지만 아프간군 내에는 군인으로서 아슈라프 가니 정부를 위해 싸우는 게 목숨 걸 만큼의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퍼졌다"라고 전했다.
미국 민간싱크탱크 CNA의 조너선 슈로든 박사는 지난 1월 미 육군사관학교 반테러리즘센터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탈레반이 아프간군보다 근소하게 우위에 있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결속력'에 주목했다.
슈로든 박사는 탈레반의 결속력이 아프간군보다 훨씬 강고하다면서 "개개 대원들의 전투의지도 탈레반이 아프간군보다 훨씬 크다"라고 지적했다.
탈레반이 과거보다 정교한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1994년 남부 카다하르를 중심으로 결성된 탈레반은 원래 남부에서 세력이 강했고 농촌지역을 장악하며 세를 키워왔다.
그러나 이번엔 서부와 북부 대도시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반(反)텔레반 정서가 강하거나 지역군벌의 영향이 커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지역부터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예상 밖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탈레반 대원들은 제복을 입지 않고 전투에 나선다는 점도 전략적 장점이다.
탈레반 대원들은 민간인과 뒤섞여 있다가 갑자기 정부군을 공격한 뒤 은신처로 홀연히 사라지는 전법을 구사하고 있다.
아프간군은 그나마 탈레반에 맞설 수 있는 정예 특수부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아프간군 특수부대는 명확한 목적도 없이 주(州)를 옮겨 다니며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일각에선 일반 병사들이 특공부대 지원이 없으면 전투를 나서지 않으려 하다 보니 특공대원들이 초소경비 등 비전투 작업에까지 투입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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