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전자투표 폐지 무산에도 "내년 대선 신뢰 못 해"
하원 개헌안 표결 결과 수용 약속 어겨…'대선 불복' 시사 해석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전자투표를 폐지하고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 개정안이 의회에서 부결됐음에도 내년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11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자투표 폐지에 반대하는 연방 선거법원을 비난하면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내년 대선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날 열린 하원 본회의에서 개헌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해서는 의원들이 협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하원 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수용하겠다는 하원의장 아르투르 리라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개헌안에 대한 하원 본회의 표결 결과는 찬성 229표·반대 218표·기권 1표·무효 1표로 나왔다.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64명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개헌안 통과를 위해서는 308표 이상을 얻어야 하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개헌안은 자동 폐기됐고, 내년 대선은 전자투표 방식으로 치러지게 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자투표 때문에 2014년과 2018년 대선 결과가 왜곡됐다며 검표가 가능한 투표용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투표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 패하더라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뜻까지 밝혔으나, 대선 결과 왜곡이나 부정선거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선거 방식을 계속 문제 삼는 것은 내년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군부조차 내년 대선을 전후해 심각한 혼란이 조성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올해 1월 초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유도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브라질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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