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서 트랜스젠더 여성 둘 발가벗기고 30분 몰매
동성애금지법 위반 5년형 선고된 트랜스젠더 여성들 거리서 집단폭행
국제인권단체 "야만·법치붕괴" 금지법 철폐 촉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카메룬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2명이 거리에서 뭇매를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로이크 쥬캄(소셜미디어 이름 샤키로), 롤런드 무설리어스 파트리샤는 지난 8일 오전 동성애를 이유로 집단폭행을 당했다.
샤키로와 파트리샤는 남자 몸을 갖고 있지만 본인들을 여자라고 생각한다.
괴한들은 택시를 타고 있던 이들 둘을 끌어낸 뒤 욕설과 살해 협박을 하면서 경찰이 올 때까지 30분 동안 구타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샤키로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를 통해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상황을 돌아봤다.
그는 "발가벗겨진 채 여러 명한테서 온몸을 구석구석 맞았다"며 "유일한 살길이라 생각해 죽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샤키로와 파트리샤는 카메룬에서 유지되고 있는 동성애 금지법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올해 5월 1심에서 동성애 시도 혐의가 인정돼 최고 형량인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항소심을 앞두고 지난달 가석방됐다.
HRW는 이번 집단폭행 사건을 "야만적 행위"로 규탄하며 "법치가 무너진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짓"이라고 평가했다.
샤키로와 파트리샤는 병원에서 상해 진단서를 발급받아 괴한들을 고소하기로 했다.
그러나 HRW는 성 소수자들을 겨냥한 폭력이 카메룬에서 제도화한 까닭에 정의 구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국제게이레즈비언협회(ILGA)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유엔 회원국 중 합의된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는 69곳이다.
협회는 이들 가운데 34개국이 최근 5년 이내에 관련 법률을 적극적으로 집행한 적이 있다며 실제 처벌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브루나이, 이란, 모리타니, 나이지리아(북부 12개주),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 6개국에서는 동성애 성행위에 사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반면 세계 81개국에서는 일터에서 개인에 성적지향 때문에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보호법을 두고 있다.
이런 법률이 있는 곳은 20년 전만 하더라도 15개국에 불과했다. 현재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국가는 28개국으로 집계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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