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15년만에 충돌…'블루라인' 전운 고조
헤즈볼라, 로켓포탄 19발 발사…이스라엘, 야포 100발로 반격
"확전 불원…어떤 공격에도 대응" vs "시험하지 말라"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소그룹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로켓포 도발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7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전날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모두 19발의 로켓포탄을 발사했다.
국경을 넘어온 로켓포탄 16발 중에서 10발은 아이언 돔 미사일에 요격됐고 나머지 6발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공터에 떨어졌다는 게 이스라엘군(IDF) 측 설명이다.
이스라엘군은 로켓포 발사 지역을 겨냥해 100여 발의 야포로 대응했다.
인명 피해를 유발하지는 않았지만, 헤즈볼라의 이번 로켓포 공격은 '블루 라인'(Blue Line)으로 불리는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 긴장을 고조시켰다.
특히 헤즈볼라는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 이후 처음으로 자신들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포격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수십 발의 로켓포를 쐈으며, 이번 공격이 전날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남부 공습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밝혔다.
2006년 유엔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한 이후에도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은 간간이 이어졌다.
지난 5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11일 전쟁'을 치르던 와중에도 3차례나 이스라엘을 향한 로켓포 공격이 있었고,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을 유발한 것도 레바논 측에서 날아온 로켓포탄이었다.
그동안 벌어진 로켓포 공격은 레바논 내 소규모 팔레스타인 그룹이 저지른 것이지만, 이번에는 헤즈볼라가 전면에 나서 보복 공격을 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소규모 팔레스타인 그룹의 공격을 헤즈볼라가 묵인하거나 지원한다고 의심해온 이스라엘은 무거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레바논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위태로운데, 우리는 상황을 더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며 "헤즈볼라와 레바논군 그리고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을 시험하지 말라"고 말했다.
헤즈볼라의 2인자인 나임 카셈도 이스라엘과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레바논을 겨냥한 어떤 공격에도 대응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준비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스라엘 언론도 헤즈볼라의 이런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일간 하레츠는 헤즈볼라가 불장난으로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를 시험하고 있다면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을 시인한 것이 공격 자체보다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도 "헤즈볼라는 전쟁을 불사한 15년 만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을 시험하고 있다"면서 "헤즈볼라가 제한적 도발을 시작할 것이라는 올 초 군 당국의 전망이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도 이번 헤즈볼라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은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양측에 자제를 촉구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도 레바논에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를 제지하라고 촉구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헤즈볼라의 로켓포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의) 공격을 제지하고 상황을 통제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과거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적대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1978년 레바논 내전 때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게릴라 섬멸을 명목으로 레바논을 침공한 바 있다.
또 2006년에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충돌로 레바논에서 민간인 등 약 1천200명이 숨졌고, 이스라엘에서는 약 160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레바논 정치를 주도해온 시아파 무슬림 정파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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