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코로나19 기원은 미군 실험실" 음모론 대확산
델타변이 비상 걸리자 '미국 바이러스' 공세
작년부터 중국정부·관영매체 공들인 선동
미 CNN "방역실패 때면 해외유입 주장" 지적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세로 고심하는 가운데 바이러스 기원이 미군 실험실이라는 음모론이 다시 중국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CNN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군기지 포트 데트릭 내 미국 육군전염병의학연구소(USAMRID)에서 유출됐다는 이 주장은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관영 매체가 반복적으로 제기해온 선동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외교사절과 선전기구 등을 동원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미군 실험실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이 주장을 한층 더 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지난 1일 '포트 데트릭의 어두운 내막'이라는 제목으로 30분짜리 방송을 내보냈는데, 이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관련 해시태그가 핫토픽 상단에 오르고 동영상 조회 수가 4억2천만을 기록하는 등 중국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았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전개한 'WHO의 포트 데트릭 실험실 조사'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는 약 2천500만명이 참여한 상황이다.
CNN방송은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불렀던 것을 비꼬아 '미국 바이러스'라고 명명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공세는 중국이 지난달 WHO가 제안한 코로나19 2차 조사를 거절한 이후 격화됐다.
WHO가 우한에 있는 실험실과 재래시장에 대한 감사가 포함돼야 한다고 발표하자 중국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중국 보건당국 고위관계자가 "상식과 과학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WHO는 지난 3월 낸 초기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중국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서방국들과 과학자들이 보고서에 의문을 품으며 중국이 완전한 원본 데이터를 주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보당국에 코로나19 기원을 추가 조사해 90일 이내 보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우한 실험실 유출설'에 대해 단호히 반박하며 미국이 코로나19 기원 문제를 정치화한다고 비판하는 한편 '미군 실험실 유출설'을 주장하며 공세에 나섰다.
지난주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WHO에 포트 데트릭 실험실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미군들이 2019년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하면서 중국에 바이러스를 들여왔을 가능성을 다시 한번 제기했다.
중국이 이같이 '미군 실험실 유출설'을 재점화한 것은 중국 전역에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는 비상 상황과도 연관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중국 전역에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을 돌파하면서 현지에서 다시 방역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초기 팬데믹 방역에 성공한 이후 지역사회 감염이 발발하면 해외에서 유입됐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코로나19 미군 유출설'도 마찬가지라고 CNN은 지적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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