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총선 앞두고 성소수자 이슈화 헝가리 총리…결과는?
인권단체·주변국 "인권 제한" 반발…오르반 총리, 국민투표 승부수
최근 여론 조사서 집권당 지지율 37%…야당 연합은 39%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헝가리에서 최근 의회를 통과한 한 법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법은 '아동 보호법'으로, 지난 6월 15일 우파 권위주의 지도자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피데스의 주도로 가결됐다.
이 법에는 학교 성교육이나 18세 이하 미성년자 대상의 영화와 광고 등에서 동성애 묘사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권 단체들은 이 법이 소아성애 퇴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성 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시위를 벌이며 반발했다.
주변국도 이 법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등 10여 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같은 달 공동 서한을 통해 해당 법안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성 소수자 차별에 맞서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뮌헨 시는 지난 6월 23일 열린 2020 유럽축국선수권대회(유로 2020) 헝가리 전에서 경기장 주변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이기도 했다.
다양한 빛깔을 지닌 무지개는 LGBT를 상징한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역시 지난달 15일 이 같은 정책이 성 소수자의 인권을 차별하는 조치라며 법적 대응을 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해당 법이 부모들에게 자녀 성교육에 대한 결정권을 주기 위한 목적이지 동성애에 관한 것이 아니라며 항변했다.
그러면서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지난달 21일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동영상에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 우리는 양보할 수 없다"며 이 같은 계획을 알렸다.
투표지에는 부모의 동의 없이 학교에서 성적 지향에 관한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을 지지하는지, 성적 지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아무런 제한 없이 아동에게 노출해도 되는지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자신을 서구 자유주의로부터 전통적 기독교 가치를 수호하는 인물로 묘사해온 오르반 총리가 다음 총선을 앞두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르반 총리가 그간 선거에서 난민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약해지자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성 소수자로 의제를 옮겼다는 진단이다.
10년 넘게 장기 집권 중인 그는 다음 총선을 앞두고 최근 야권의 부상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6월 진행된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피데스의 지지율은 37%였던 데 반해 야당 연합은 39%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선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지난 2019년 10월 열린 지방 선거에서 피데스가 수도 부다페스트를 비롯해 헝가리 5대 도시 중 4곳에서 야권에 패하기도 했다.
오르반 총리에게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이는 다음 총선은 내년에 열리며, 국민투표는 이보다 앞서 내년 초에 진행될 예정이다.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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