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북한, 논과 밭에 무장경비대 배치·격리수용소 운영"
홍콩매체 "북한, 봉쇄·기상이변·코로나로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북한이 대단히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처해있으며 국제사회는 재난을 막기 위해 지체 없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들어 세 차례 식량난 등 내부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 것을 볼 때 북한이 실제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이는 대단히 심각한 인도주의적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북한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탈북자에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하는 비정부기구(NGO) '크로싱보더스'의 댄 청은 "북한은 기본적으로 허풍과 떠벌리기를 하는데 그들이 곤경에 빠져있다고 말하면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지원 비정부기구인 헬핑핸즈코리아의 팀 피터스 대표는 "우리는 김정은에 좀처럼 동의하지 않지만, 코로나와 제재로 막대한 영향이 있음을 내비친 김정은의 발언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엄청나게 복합적인 위기가 북한에 닥쳤다는 우리의 분석과 일치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풍에 따른 홍수 등으로 심각한 식량난에 처해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 보고서 '긴급 식량불안정 조기 경보: 2021년 8∼11월 전망'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연간 북한의 곡물 부족량이 86만t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SCMP는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 같은 발표에 의혹을 품고 있다"며 "하지만 외교관과 구호단체 직원들이 물자난과 혹독한 제재로 인해 북한을 탈출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웠던 북한 상황에 대한 정보 수집이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피터스 대표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북한에 최소한의 음식만 공급하는 응급 격리수용소가 운영되고 있고 논과 밭에는 무장 경비대가 배치돼 있다는 주장 등 "대단히 심각한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해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들은 모든 말은 팬데믹의 장기화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으로 북한 인구에 엄청난 스트레스가 가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국의 공식 부인에도 북한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영양실조가 널리 퍼진 상황과 열악한 의료체계를 감안할 때 매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에 선이 닿는 탈북자들로부터 현지에 호흡기 전염병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구전되는 일화이긴 하지만 북한에 코로나19 감염이 없다는 것은 믿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비영리조직 관계자는 북한이 극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코로나19가 널리 퍼졌다고 보지 않으며, 북한의 농부들은 생각보다 위기 대처 능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속한 단체가 2019년 이래 북한에 인력을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호주 디킨대 인도주의 리더십센터 나자닌 자데-커밍스 부소장은 북한에 코로나19가 퍼져있든 아니든, 코로나19 통제 정책이 북한 주민의 안전과 안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헬핑핸즈코리아의 댄 청은 "만일 세계가 사실(북한 위기) 확인을 위해 기다린다면 그때는 너무 늦어버릴 것이고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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