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대북제재 위반' 싱가포르인 소유 유조선 몰수 결정(종합2보)
해상 환적·北 방문해 석유제품 인도 혐의…형사절차도 진행중
北 반응 여부 주목…2019년 자국 선박 몰수 때는 강력 반발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뉴욕남부연방법원은 30일(현지시간) 대북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싱가포르 국적인 소유의 유조선 '커리저스' 호를 몰수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미 법무부가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2천734t급 이 유조선은 '선박 대 선박 환적'과 북한으로의 직접 운송을 통해 석유제품을 불법으로 북한에 인도하는 데 사용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유조선의 소유 및 운영자는 싱가포르 국적자 궈기셍(Kwek Kee Seng)이다.
커리저스 호는 2019년 8월부터 12월 사이 위치추적 장치를 무단으로 끄고 북한 선박 '새별' 호에 최소 150만 달러(17억2천만 원)어치의 석유를 넘기는 장면과, 북한 남포항까지 직접 이동하는 모습이 위성에 각각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궈씨는 여러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하고 국제선박 당국을 속였으며 커리저스 호를 다른 선박인 것처럼 꾸몄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궈씨에게는 선박과 유류 구매 비용 등에 대한 돈세탁 혐의도 적용됐다. 대북제재 위반 혐의와 돈세탁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각각 최대 20년씩의 실형을 받을 수 있다.
미 검찰은 지난 4월 궈씨에 대한 형사 기소 절차와 함께 커리저스호 몰수 소송도 제기했다.
캄보디아 당국은 작년 3월 이 유조선을 억류했으며, 같은 해 4월 미국의 몰수 영장에 따라 억류 상태를 유지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궈씨를 지명수배 명단에 올렸지만, 아직 체포되지 않은 상태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 현지 매체는 궈씨가 자국에서 경찰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면서 싱가포르 당국이 국내법과 국제적 의무에 따른 범위 내에서 미 사법당국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난 4월 보도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다.
미 행정부가 북한과 교착 상태인 비핵화 대화 재개에 노력하는 와중에 나온 이날 법원의 결정이 향후 북미 관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선박을 몰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 정부는 지난 2019년에도 북한 석탄 2만5천t가량을 불법 운송한 혐의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했고 법원의 승인을 거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미국이 불법적이고 무도한 행위를 저질렀다", "(반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강력 반발했다.
다만 이번 몰수 결정은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인 데다 커리저스 호가 북한 소유 선박이 아니어서 와이즈 어니스트 호 때와 같은 반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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