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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콩 야당 구의원 "복종한다고 민주주의 안 와…사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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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콩 야당 구의원 "복종한다고 민주주의 안 와…사퇴 거부"
민주당 레이몬 연 "인권·민주주의·자유에 대해 합리적 목소리 낼 것"
이달 충성서약 진행 전망 속 범민주진영 구의원 절반이상 자진사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저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그래서 사퇴하지 않을 겁니다. 정부가 제 자격을 박탈하려면 제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근거를 대야만 합니다."
홍콩 삼수이포 구의원 레이몬 연(袁海文·35)은 1일 많은 동료가 곧 있을 충성서약을 앞두고 자진사퇴했지만 자신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홍콩 최대 야당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 구의원인 그는 "지금 상황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내가 계속 자리를 지킴으로써 치를지도 모를 대가와 나와 민주당, 나아가 홍콩시민이 얻게 되는 이익을 따져봤을 때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 자유는 우리가 지켜야할 핵심 가치"라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으로 상황이 매우 어렵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법적, 합리적으로 핵심 가치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한 선거제 개편으로 홍콩 범민주진영의 정계 진출이 어려워진 가운데, 기층 민심을 대변하는 구의회에서 범민주진영 의원의 절반 이상이 사퇴했다.
범민주진영은 2019년 11월 구의회 선거에서 452석 중 392석을 휩쓰는 압승을 거두며, 홍콩과 중국 정부를 긴장시켰다.
그러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249명의 범민주진영 구의원이 사퇴했다.
홍콩 정부가 상당수 의원의 자격박탈을 예고한 가운데 해당 구의원은 대략 200만 홍콩달러(약 2억 9천500만원)에 달하는, 임기 첫날부터의 봉급과 활동비를 토해내야 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파산'을 우려한 대규모 사퇴가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연 의원은 "정부가 그 돈을 환수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5월 관련법 개정을 통해 행정부 고위직과 입법회(홍콩 의회) 의원 등에 국한됐던 충성서약 대상을 구의원과 공무원에까지 확대했다.
또한 충성서약을 위반하는 이는 누구든 자격이 박탈되고 향후 5년간 공직에 출마할 수 없도록 했다.
연 의원은 "구의원 대상 충성서약이 이달 중순께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정부가 남은 구의원 중 60~70명의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보궐선거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별 운영위원회를 통해 구의회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했다.
연 의원은 "보궐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여론을 수렴할 배짱이 없다는 것"이라며 "12월 입법회 선거일에 구의회 보궐 선거를 함께 실시하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시민은 구의회 의원을 가질 권리가 있고 직접 선출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별 운영위원회 위원은 모두 정부가 임명한다. 당연히 민주진영 목소리는 없다"며 "그들이 어떻게 홍콩 시민의 종합적 의견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최근 홍콩은 주권반환일 경찰관 피습 사건으로 민심이 두쪽으로 갈라졌다. 당국이 해당 사건을 테러라고 규정한 가운데, 현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가해자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한쪽에서 강하게 형성된 것이다.
연 의원은 "폭력적 행동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사람들이 추모하는 이유를 정부는 생각해봐야한다. 가해자를 추모하는 것은 그가 현 상황에 대해 느낀 절망감에 대한 공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중국의 또다른 특별행정구인 마카오에서는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진행한 후보 자격 심사 결과 민주진영 후보 21명의 출마 자격이 박탈됐다.
연 의원은 "마카오에서는 지금껏 시위도 없었고 반대의 목소리도 없었는데 민주진영 후보 전원의 자격이 박탈됐다"며 "마카오의 상황은 복종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게 가족이 있고 어린 두 딸이 있다. 내게도 한계가 있다"면서 "그러나 그 한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인권과 민주주의, 홍콩인의 목소리를 위해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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