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유명 코미디언 '오락 엄금' 탈레반에 끌려가 뺨맞고 피살
"탈레반 체제에선 웃음 설 자리 없다" 예술인 우려…비난 여론 고조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의 유명 코미디언인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조직원에게 모욕당한 후 피살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탈레반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29일 아프가니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코미디언이자 경찰인 카샤는 최근 남부 칸다하르주의 자택에서 탈레반에 끌려 나간 후 살해됐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자신들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는 점을 인정하고 살해 과정에 대해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중에게 사랑받던 코미디언마저 탈레반에 의해 숨지자 아프간 국민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특히 카샤가 탈레반에 납치된 상태에서 모욕을 당한 장면이 영상으로 찍혀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되자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카샤는 이 영상에서 손이 뒤로 묶인 채 뭐라고 설명하려다가 여러 차례 뺨을 맞았고, 히죽거리는 탈레반 조직원의 모습도 담겼다.
사르와르 다니시 아프간 제2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카시의 뺨을 때린 것은 모든 아프간 사람들의 뺨을 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는 인류와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라고 썼다.
하미드 카르자 전 아프간 대통령도 카시에게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가져다준 죄밖에 없다며 "그의 피살은 탈레반의 잔혹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예술인들이 특히 분노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할 경우 문화와 예술이 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상징적으로 드러났다는 판단에서다.
시인인 카와 조브란은 "탈레반 체제하에서는 웃음과 농담이 설 자리가 없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호메리아 카데리도 트위터에 "우리는 카시의 억압받은 표정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1996∼2001년) 때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음악, TV 등 오락은 엄격하게 금지됐다.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군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었지만 이후 세력을 회복하면서 정부군 등과의 장기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미군이 본격적으로 철수를 시작하자 정부군 장악 지역을 차례로 점령해 나가면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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