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급회동서 美에 '3대 마지노선' 강력 경고
왕이 "사회주의 전복·중국 발전·주권 침해 안돼"
中전문가들 "중국 대미 요구 적극적…미국 구체적 조치해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중국이 26일 미중 고위급 회동에서 미중 관계에 있어 물러설 수 없는 세 가지 '마지노선'을 명확히 제시해 향후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2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톈진(天津)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미중 갈등 해결을 위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3월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알래스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에서 홍콩, 신장(新疆), 티벳, 대만 등에 대한 방어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 외교 관계에 있어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분명한 마지노선을 제시하고 개선을 요구하면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분명한 방침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은 셔먼 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중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선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전복 시도, 중국 발전 방해, 신장, 티벳, 홍콩, 대만 등 중국 주권 침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세 가지 마지노선을 명확히 제시했다.
왕 부장은 "첫째, 미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과 제도에 도전하거나 전복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는 역사와 인민의 선택이며 14억 중국 인민의 장기적 복지와 중화민족의 앞날과 관계된 것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는 "둘째, 미국은 중국의 발전 과정을 방해하거나 중단시키려고 시도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 인민도 더 나은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중국도 현대화를 실현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대화는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며 이는 인류의 기본 양심과 국제 공의"라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와 고율 관세, 확대 관할법(미국 국내법에서 재판관할권을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으로 확대 적용하는 규정), 과학기술 봉쇄 조치를 조속히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왕이 부장은 "셋째, 미국은 중국의 국가 주권을 침범해서는 안 되며 중국 영토 보전을 해쳐선 안 된다"면서 "신장, 티벳, 홍콩 등은 인권과 민주주의가 아니라 반대 세력의 문제로, 어떤 국가도 국가 주권의 안전이 훼손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대만 문제는 더욱 중요하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은 아직 통일되지 않았지만 하나의 중국으로 대만은 중국 영토라는 기본 사실은 변하지 않고 변할 수도 없다"면서 "만약 대만 독립을 시도할 경우 중국은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대만 문제에 있어 약속을 지키고 신중히 행동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환구망(環球網)과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매체들도 미중 고위급 회동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이 미국에 마지노선을 명확히 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고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중국이 그동안 미국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 철폐 등 개선 사항을 요구하면서 새로운 미중 외교 방식을 보여줬고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뤼샹(呂祥)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은 셔먼 부장관의 방중을 통해 대중국 정책을 점검하려 했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성공했다고 믿어왔던 인사들은 이번 회동 후에 실망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우신보(吳心伯)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은 "과거 미국이 요구 항목을 가져오면 중국이 대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번 회담에서는 중국 관리들이 먼저 미국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새로운 외교 방식을 선보였다"면서 "미국이 구체적인 조처를 해야만 미중 관계가 개선되고 긍정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미중 고위급 회담은 중국이 기존의 방어적인 태세를 전환해 미국에 분명한 마지노선과 요구 사항을 제시함으로써 미중간 기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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