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출퇴근하던 말레이 근로자들 "1년 넘게 가족 못 만나"
"가족 만나러 말레이 다녀오고 싶지만, 총 28일 격리 걸림돌"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코로나 사태 전에는 싱가포르로 출퇴근하던 말레이시아 근로자들이 싱가포르에 발이 묶여 1년 넘게 가족을 만나지 못하면서 '백신 접종자 격리 면제'를 청원하고 나섰다.
23일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말레이시아 근로자들은 "집에 정말 다녀오고 싶지만, 말레이시아 입국 후 14일, 싱가포르에 돌아온 뒤 14일 등 총 28일 격리 때문에 갈 수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코로나 사태 발생 전 하루 평균 30만명이 국경이 접한 싱가포르로 넘어가 노동력, 식량, 물자를 공급했다.
말레이시아는 작년 3월 18일부터 싱가포르와 국경을 포함해 봉쇄령을 발령했고, 이후 제한적으로 허가받은 사람만 싱가포르를 오갈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싱가포르에 남은 말레이시아인과 싱가포르인과 결혼한 말레이시아인 등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다녀오려면 총 28일의 격리 기간과 큰 비용이 필요하기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입국 시 14일 지정 기관 격리 비용은 2천200링깃(60만원), 싱가포르 입국 시 격리 비용은 2천200싱가포르달러(186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싱가포르에서 백신접종을 완료한 말레이시아인 테이씨는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열 살짜리 아들이 정말 그립다"며 "매일 영상통화를 하고, 아들과 온라인 게임도 함께하지만 그래도 만나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싱가포르 체류 말레이시아인 바사루딘씨는 "28일 동안 휴가를 내야 하는 것도 그렇고, 격리 비용으로 8천링깃(220만원)을 넘게 써야 하기에 집에 다녀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네 아이의 엄마인 바사루딘씨는 "아이들이 그립고, 특히 막내아들과는 생후 11개월 때 떨어졌다. 이제는 말도 하고, 달리기도 한다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말레이시아인들은 "백신접종 완료자에 대해서는 격리를 면제해달라"고 온라인 청원사이트에 올려 약 1만명이 순식간에 사인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양국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백신 접종을 상호 인증하기로 했으나, 올해 5월부터 말레이시아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접종자에 대한 격리 면제 단계로 진행되지 못했다.
말레이시아의 확진자는 전날 또 1만3천34명이 추가돼 누적 96만4천여명, 사망자는 134명 추가돼 누적7천574명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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