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폭동 사망자 45명으로 급증…더반 등 약탈 지속
수백 명 체포되고, 상점 수백 곳 털려…닷새째 "무법천지"
동남부 콰줄루나탈주 코로나19 백신 접종 무기한 중단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3일(현지시간) 폭동과 약탈이 닷새째 지속된 가운데 관련 사망자가 45명으로 급증했다.
현지 보도채널 eNCA방송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주요 소요 발생지역인 동남부 콰줄루나탈 주에서 26명이 숨지고 수도권 하우텡 주에서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데이비드 마쿠라 하우텡 주지사는 이 가운데 10명은 약탈하러 사람들이 몰린 가운데 일어난 압사 사고 때문이라고 설명했고 콰줄루나탈도 비슷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콰줄루나탈의 항구도시인 더반에선 이날 오후 3시 현재도 북부 지역에 위치한 대형 유통체인 '게임'의 물류창고 주변에 다수의 지역 주민들이 몰려들어대규모로 약탈에 가담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방영됐다.
앞서 이광전 더반 한인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군 병력이 치안 확보를 위해 투입됐지만, 턱없이 모자라고 관공서 위주로만 경비를 서고 있다"면서 약탈이 계속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주요 소요지역에 치안보조를 위해 배치된 군인은 2천500명에 불과하다.
또 지역주민들이 쇼핑센터를 약탈한 데 이어 미니버스 택시까지 타고 물류창고로 가서 습격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LG전자 더반 공장이 전날 폭도들의 약탈과 방화로 전소된 데 이어 콰줄루나탈의 삼성전자 물류창고도 약탈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생방송 화면에는 더반 물류창고 주변에 미니버스뿐 아니라 원근 각지에서 너도나도 한몫 챙기려는 주민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넓은 도로가 가득 차 정체가 빚어지고 물류창고 구역에서 사람들이 쉴새 없이 물건들을 나르는 모습이 공중에서 포착됐다.
방송은 이와 관련, "전적으로 무법상태"라고 전했다.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 도심은 전날과 달리 평온함을 어느 정도 되찾았지만, 요하네스버그 외곽 알렉산드라 등 흑인 밀집지역에선 쇼핑센터에 대한 약탈이 이날도 계속됐다. 다만 소요와 약탈로 인해 '무정부상태'라고 불리던 알렉산드라는 오후 들어 군 병력이 치안 확보를 위해 투입된 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다.
콰줄루나탈주와 하우텡주에서 약탈을 당한 상점은 수백 곳에 이르고 주요 고속도로도 차단된 상태이다.
베헤키 첼레 경찰장관은 콰줄루나탈에서 304명이 체포되고 하우텡에서 453명이 검거된 가운데 추가 인원이 시위 '핫스폿'(집중 발생지역)으로 파견됐다고 말했다.
소요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도 큰 차질을 빚었다. 콰줄루나탈의 접종이 추가 공지 때까지 무기한 중단됐고, 일부 접종 장소는 파괴되고 약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박철주)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교민 안전 공지문에서 "콰줄루나탈 지역 공권력의 마비와 폭동, 약탈의 확산이 진행되고 있어 주재국 정부가 군대를 투입해 대처하기 시작했지만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폭력사태가 확산하자 주요 4대 은행은 해당 지역의 지점을 모두 닫았고 소매점, 통신회사들도 아웃렛을 닫았다.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대륙 최대 상가 중 하나라고 하는 '몰 오브 아프리카'도 영업을 중단했다.
행정수도 프리토리아는 상대적으로 소요가 덜한 편이지만 흑인 밀집지역 마멜로디의 한 상가몰에도 지난 11일 밤부터 약탈이 벌어지고 돈을 꺼내 가려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까지 폭파해 "완전 초토화 상태"라고 현지에 가게를 가진 한 교민이 전했다.
이번 소요 사태는 지난 8일 부패 연루 혐의를 받던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이 법정 모독죄로 헌법재판소에서 15개월 형을 받고 구금된 이후 출신지인 콰줄루나탈에서 시작해 수도권으로 번졌다. 아얀다 들로들로 국가안전부 장관은 주마 전대통령과 연계된 전직 첩보대원들이 폭력사태를 조장하고 있다는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지난해 3월부터 지속된 봉쇄령으로 인한 주민들의 극심한 생활고와 빈부격차에 대한 절망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스크 정보회사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알레익스 몬태나 아프리카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주마의 수감은 항의를 촉발했지만, 그 근저에는 만연한 실업률, 광범위한 불평등, 코로나19 규제로 인한 불만 등이 화약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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