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자체 디지털세 부과 계획 잠정 중단…미국 압박에 백기
"G20 역사적 조세개혁안 합의 따른 것…가을에 상황 재검토"
이미 자체 디지털세 수입 예산안에 반영…EU 살림살이에 구멍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자체 디지털세 부과 계획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주요 20개국(G20)이 글로벌 최저법인세율과 디지털세 부과를 포함한 역사적 조세개혁안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미국의 압박에 백기를 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오전 브뤼셀에서 G20이 글로벌 최저법인세율에 대해 역사적 합의에 이른 만큼 자체 디지털세 부과 계획을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오는 가을 상황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G20 정상들은 오는 10월 글로벌 조세개혁안에 최종 합의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브뤼셀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오찬 회동을 시작하기 직전에 이뤄졌다고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전했다.
EU가 자체 디지털세 부과 계획을 중단하기로 한 배경에는 미국의 압박이 있다고 FAZ는 지적했다.
옐런 장관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EU가 자체 디지털세를 고집하면 미국 정부는 글로벌 조세개혁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의 디지털 기업이 이중과세를 당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해왔다.
앞서 EU는 글로벌 조세개혁안 합의는 자체 디지털세 부과 계획과 별개라는 입장이었다.
파올로 젠틸로니 EU 조세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주말 베네치아에서 "EU는 자체 디지털세 부과 계획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U는 빠르면 20일께 자체 디지털세 부과와 관련한 세부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EU 정상들은 1년 전 EU 예산과 관련한 정상회의에서 올해 상반기 자체 디지털세를 거둬 나라살림에 포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EU가 자체 디지털세 부과 계획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EU 살림살이에는 구멍이 뚫릴 것으로 보인다. EU는 이미 자체 디지털세 수입을 예산안에 포함해놨기 때문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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