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흑묘백묘…주택 공급에 공공·민간 구분 중요치 않아"
"서울시와 주택정책에서 다르지 않다"…재건축 규제완화 요구에는 신중
"유동성 회수되면 주택시장 조정올 것" 신중한 투자 당부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등 도심의 주택 공급을 확충하기 위해 공공 주도 개발 사업만 고집하지 않고 필요한 곳에선 민간 사업도 적극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거시경제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유동성 축소 등 시장 변화로 인해 2~3년 뒤에는 집값 조정이 올 수 있기에 주택 투자에 신중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노 장관은 11일 오전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자신의 주택정책 방향 등을 설명했다.
노 장관은 서울시와 주택공급 협력 방안을 묻는 앵커의 질문에 "흑묘백묘라는 말처럼, 사업성이 있고 민간이 잘하는 부분은 민간이 맡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주민 간 의견 합치가 되지 않는 곳에선 공공이 개발을 이끌면 된다"고 말했다.
흑묘백묘(黑猫白猫)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1970년대 말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추진한 개방적 경제정책을 뜻한다.
정부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주택 개발 방안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면서 민간의 주택 공급 기능을 도외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노 장관은 "서울시와 주택 정책에 있어서 다른 듯하면서도 같다"며 "서울시와는 주택 공급이 충분해야 하고 정비사업 등 개발이 진행될 때 투기의 장이 돼선 안 되며 시장 안정을 전제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 등에서 의견이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 완화 요구에 대해선 "지금은 시장 상황이 안정 상태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 대해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 노 장관은 "코로나 19 극복 과정에서 초저금리가 유지되는 등 유동성이 시중에 많이 풀렸고 주택 공급도 총량은 적지 않았지만 입지나 품질에 있어 미스매치가 있었으며, 그동안 정책도 수요·공급대책이 조화롭지 못해 바둑으로 치면 수순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장관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도 결국 회수되면서 주택시장에 조정이 오게 될 것"이라며 "지금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면 2~3년 뒤 매도할 때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서 투자에 신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 1만가구 공급 방안에 대해 노 장관은 "서울시와 노원구의 입장은 사업지의 녹지를 충분히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주택 공급 목표를 맞춘다는 전제하에 대체부지 확보 등 대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노 장관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앞두고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60~80%로 책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앵커가 이 60~80% 수준도 주변 집값이 워낙 많이 뛰어서 신혼부부나 서민 등에겐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말이 있다고 하자 노 장관은 "가격 수준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있는데, 일부는 너무 낮은 분양가 때문에 '로또청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 장관은 "신도시 청약 수요자가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구입자, 젊은층 등이 많아서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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