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통령 암살배후 의구심 증폭…"용의자들 경호목적 채용"
콜롬비아 언론들 "살해협박 받던 모이즈 대통령 경호 위해 고용"
총상 입고 입연 영부인 "남편, 정치적 이유로 희생"
"구금된 콜롬비아인 용의자들 미 경비업체가 채용"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아이티 대통령 암살범으로 지목된 콜롬비아인들이 살해협박을 받던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채용됐으며 실제로 암살 배후는 따로 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 콜롬비아인들은 미국 마이애미의 한 경비업체에 채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콜롬비아 시사잡지 '세마나'는 전직 콜롬비아 군인들이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채용돼 아이티로 갔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익명을 소식통을 인용해 콜롬비아 출신 용병들은 살해 협박에 시달리던 모이즈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아이티로 건너갔다고 전했다.
콜롬비아 신문 '엘티엠포'도 비슷한 보도를 내놨다. 이 신문은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된 사저의 보안 카메라 영상에는 콜롬비아인들이 대통령 암살 사건이 이미 벌어진 지 1시간 반이 지난 새벽 2시 30분께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아이티에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모이즈 대통령을 죽인 자들은 현재 당국에 구금된 콜롬비아인들이 아니라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야당 정치인 스티븐 브누아는 현지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은 콜롬비아인들이 아니라 경호원들 손에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전직 국회의원 알프레도 앙투완도 대통령 암살의 배후에는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당할 것을 우려한 기득권 재벌들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모이즈 대통령은 생전에 아이티의 각종 정부계약을 독점적으로 누리던 파워 엘리트층을 해체하려고 시도해 기득권층과 갈등을 빚었다.
남편과 함께 있다가 총상을 입고 미국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영부인의 언급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모이즈 대통령의 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는 10일 영부인 공식 트위터에 아이티 크레올어로 된 음성 메시지를 올리고 남편이 정치적 이유로 희생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세력을 지칭하지는 않고 "대통령은 (누군가와)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도로·수도·전력·개헌·총선 등의 이유로 이 나라의 변화를 막으려고 용병을 보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아이티의 통합 조직폭력배 우두머리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
전직 경찰관 출신으로 '바비큐'라는 별명의 조폭 두목 지미 셰리지에는 국내외 정치세력이 모이즈 대통령을 희생시켰다면서 자신의 부하들이 거리로 나가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암살범으로 지목돼 아이티 경찰에 체포된 콜롬비아인들은 미국의 한 경호업체에 채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 일간 마이애미헤럴드에 따르면 모이즈 대통령 암살범으로 지목된 콜롬비아인들은 대부분 콜롬비아군 출신 용병들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에 있는 경비회사 'CTU'에 의해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CTU는 대테러 관련 경비경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대표는 베네수엘라계 미국인이다. 그는 평소 자신이 과거 남미에서 경찰관으로 일했으며 미국 정보기관을 위한 일도 했다고 주변에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 당국에 체포된 콜롬비아인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CTU에 고용됐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임시대통령으로 선출된 조제프 랑베르 상원의장의 대통령 취임식은 이날 열릴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아이티 상원은 지난 9일 랑베르 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선출했으나 법이 규정한 정족수에 미달해 대통령 취임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2019년 10월 예정됐던 아이티 총선이 극심한 정국 혼란으로 취소되면서 현재 임기가 남아있는 상원의원은 정원 30명 중 10명밖에 되지 않는다.
상원은 랑베르 의장이 오는 9월 대선과 총선 후 2022년 2월까지 임시대통령직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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