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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만난 뒤 은행권 돌연 "독자적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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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만난 뒤 은행권 돌연 "독자적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포기"
금융위 부정적 기류 반영한 듯…"빅테크 플랫폼 높은 수수료율 결국 금리에 반영"
2금융권도 난색…당국, 혼란 커지자 은행권 이어 다음주 2금융권·빅테크와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은행권이 추진하던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공공 플랫폼 구축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결국 은행들은 이제 토스·카카오페이 등 민간 빅테크(대형IT업체)의 플랫폼에 참여할지 말지를 결정해야한다.
은행권은 막대한 수수료, 빅테크 종속 등에 대한 우려로 참여를 꺼리고 있지만,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앞세운 당국의 눈치를 보며 공식적으로 '불참'을 선언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 은행권, 당국 간담회 후 "추진 어려워졌다"…당국 "은행들 스스로 포기"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최근까지 은행연합회 회원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금융기관 금리비교·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방안을 논의해왔다.
토스,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 빅테크·핀테크(금융기술) 업체가 주도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고 은행권이 따로 '공공 서비스' 성격의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 6일 시중은행 담당자들이 금융위원회가 주재한 대환대출 플랫폼 관련 비공식 간담회에 다녀온 뒤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중심의 공공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은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별도의 플랫폼 구축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일단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는 오히려 은행들에 '잘할 수 있으면 (독자적 플랫폼 구축) 해보시라'고 말했는데, 은행들이 스스로 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개인적으로는 반대인데, 공공 분야가 그런 것(대환대출 플랫폼)을 해서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연초 금융위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비대면·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를 이르면 10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모바일 앱을 비롯한 플랫폼에서 금융 소비자가 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 금리를 한눈에 비교하고 번거로운 서류 절차 없이 금리가 낮은 곳으로 손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는 금융결제원이 은행 등 각 금융기관의 개인 대출 정보 등을 한데 모아 대환대출 시스템(인프라)을 갖추면, 이를 빅테크·핀테크 업체가 현재 운영하는 금리비교 플랫폼에 연결해 '대출 갈아타기' 기능까지 추가한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금융소비자는 더 낮은 금리의 대출을 적은 비용으로 영업점을 가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이런 편익을 최대한 키우려면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빅테크의 민간 플랫폼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당국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의사를 밝힌 빅테크·핀테크 기업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카카오페이·뱅크샐러드·NHN페이코 등 10여 개로 알려졌다.

◇ 당국 "민간 플랫폼 선정기준·수수료에 은행 의견 반영" 달래기
은행들도 '자유로운 대출 갈아타기를 통한 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사업 목표에는 반대할 명분이 없지만, 빅테크의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는 데는 여러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일단 민간 플랫폼에 지불해야하는 많은 수수료가 큰 부담인데다, 민간 플랫폼 참여를 계기로 금융산업 구조상 시중은행의 '빅테크·핀테크 종속'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플랫폼에 참여해봤자 은행으로서는 금리 경쟁만 치열해질 뿐 얻는 것은 많지 않다"며 "결국 수수료와 접속자 증가로 플랫폼 운영 IT(정보통신) 기업의 배만 불려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민간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한 대출 신청이 일반화되면 금융기관이 상품 조달 기능만 수행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플랫폼 수수료가 대출액의 0.6∼2.0%에 이르는 것으로 아는데, 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이 플랫폼 수수료 비용을 반영해 고객의 대출 금리를 책정하면서 고객의 부담까지 커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들이 지난달 이후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수수료가 없거나 낮은 '은행연합회 회원 금융기관 금리비교·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중심 플랫폼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자, 은행권 일각에서는 대환대출 IT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금융결제원이 전면에 나서 소비자 접점에서 앱 등을 따로 열고 또 다른 공공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우리는 금융기관의 정보를 연결해 IT 측면에서 대환대출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역할"이라며 "자체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 방안에 대해 "금융결제원이 대출 중개업을 할 수 있는지, 수수료를 안 받아도 되는지 등 법률 이슈부터 우선 정리해야 한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대안으로 추진돼온 공공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이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은행들은 조만간 민간 빅테크·핀테크 플랫폼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한다.
당국도 되도록 많은 은행을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시켜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 민간 플랫폼 선정 과정에서 은행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주겠다며 은행들을 달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6일 간담회에서 당국이 은행 참석자들에게 민간 플랫폼 참여를 독려했다"며 "예를 들어 민간 플랫폼 업체 선정 기준에 은행 의견을 반영해 논의할 수 있다고 했고, 수수료 인하도 한번 생각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활발하게 은행연합회 중심 공공 플랫폼을 논의하던 은행들이 금융위원회 간담회에 가서 갑자기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이제 당국과 빅테크·핀테크가 얼마나 은행이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금리 높은 2금융권은 더 꺼려…"수수료 낮은 공공 플랫폼 선호"
민간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를 꺼리는 것은 은행권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금융시장을 민간 빅테크 플랫폼이 쥐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대환대출 플랫폼도 진행되면 그쪽으로 더 몰아주는 것 밖에 안된다"며 "우리(저축은행권)는 민간 보다는 공공 주도 플랫폼을 선호하는데, 수수료율이 조금이라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 주도 플랫폼으로 추진되면 수수료가 2중, 3중으로 나가고 결국 금리에 반영돼 당국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호금융 등은 더 참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상호금융의 금리 조건이 한눈에 비교하기에는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플랫폼에 실리는 게 맞느냐는 고민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따라서 올해 참여는 어렵고, 내년에나 상황을 보자고 당국에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저축은행, 캐피탈 등에는 영세 업체들이 많아 전산 개발에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영세 업체는 (참여 시점을) 6개월에서 1년 정도 늦춰주기로 했다"며 "카드사의 경우 카드론이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금리 자주 잘아타는 소비자를 통제해달라고 건의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이처럼 민간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를 놓고 금융권의 갈등과 혼란이 커지자 지난 6일 은행권과 만난데 이어 12일 제2금융권, 13일 빅테크 업체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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