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행 동원해 술 판매 막겠다…일본 정부 구상 논란
코로나 긴급사태 대책…"금융기관 우월적 지위 악용" 비판
장관 사임요구·여당도 우려…은행 동원 계획은 철회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음식점의 술 판매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 당국은 그간 지원금과 과태료로 음식점의 협조를 유도했으나 거듭된 영업 제한에 반발 기류가 확산하자 국세청과 은행을 동원해 압박을 가하려다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 정부가 이번 달 12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6주 동안 도쿄에 네 번째 긴급사태를 발효하기로 8일 결정하면서 내놓은 대책 가운데 식당 내 음주를 차단하기 위한 수단이 강화됐다.
긴급사태 발효 지역은 술을 파는 음식점의 휴업을 요청하고 긴급사태보다 한 단계 수위가 낮은 '만연 방지 등 중점 조치' 적용 지역의 경우 음식점에서 주류를 제공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계획이 잘 실행되도록 하기 위해 주류 도매업자에게 당국의 요청에 따르지 않는 음식점과 거래하지 않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 담당상은 금융기관이 나서 술판매 중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주류를 제공하는 업체의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금융기관을 활용한다는 구상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가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뜩이나 커진 상황에서 돈줄을 쥔 은행이 술을 팔지 말라고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은 법이 정한 범위를 벗어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아즈미 준(安住淳)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위협, 압박이다"고 논평하고서 니시무라 담당상의 사임을 요구했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국민민주당 대표는 "금융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행정이 악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0일 분위기를 전했다.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집권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이 나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에게 "국민의 오해를 부르지 않도록 조심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하는 등 여권에서도 우려 표명이 이어졌다.
금융청은 전국은행협회에 협력을 요청하는 문서를 보낼 준비를 하기도 했으나 논란이 커지자 결국 계획이 백지화됐다.
가토 관방장관은 니시무라 담당상에게 "조심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9일 기자회견에서 밝혔으며 니시무라는 같은 날 밤 민영 위성방송에 출연해 "관계 성청(省廳·부처)이 금융기관에 뭔가 촉구하는 것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류 도매업자를 통해 술 공급을 차단하는 구상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며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류 도매업자가 술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거래를 중단하도록 하는 구상과 관련해 국세청 등 관계 기관은 8일 관련 단체에 문서를 발송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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