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쟁 이미 시작"…자율살상 무기 상용화 세상 온다
리비아·시리아·아제르바이잔 등지서 이미 사용
대세 굳어져 미국 등 딥러닝 무기까지 개발 중
금지조약 난망…알고리즘끼리 맞붙는 전쟁 치달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첨단기술 발달과 더불어 스스로 표적을 찾아 죽이는 무기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주요 무력분쟁지에서 사용된 무기들을 분석해 이 같은 추세를 7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리비아 내전에서는 AI 기술을 접목한 자폭드론이 등장했다.
터키의 지원을 받는 리비아 정부군은 올해 봄 사막 전투에서 반군을 겨냥해 이 무기를 사용했다.
취미나 영화 촬영에 사용될 법한 드론 수십개가 나타나 후퇴하는 병사나 차량을 향해 급강하한 뒤 접촉과 함께 폭발했다.
유엔과 전문가들은 이 드론들이 사람 조종을 받지 않고 스스로 대상을 탐지해 습격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터키는 이 드론을 시리아 접경을 순찰하는 데에도 사용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도 작년 9월 아르메니아와의 전쟁에서 터키, 이스라엘이 개발한 두 종류의 자율살상 무인기를 썼다.
이들 무기는 크기가 작을 뿐 미군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는 무인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이들 무기는 적군의 신호를 감지하면 스스로 돌진해 자폭한다는 자율성에서 차이가 있었다.
인명살상 판단을 기계에 위탁하는 행위는 비윤리적 성격 때문에 과학계에서 금기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쉽게 차용할 첨단기술이 쏟아지고 현대전이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AI 무기의 투입은 현실이 돼가고 있다.
인권운동가들이 오래전부터 자율살상 무기의 전면금지를 촉구하고 30개국이 이를 지지하고 있으나 논의 자체가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
남덴마크대에서 자율무기를 연구하는 잉빌트 보데는 "저들 논의의 초점이 미래에 있다"며 "이미 일어나고 있는 걸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군비확장을 주도하는 미국과 러시아의 태도를 봐도 자율살상 무기의 개발을 억제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미군은 우려가 과장됐다며 인간이 자율살상 무기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진정한 AI 무기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전면금지는 어불성설이라는 냉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제로봇무기통제위원회의 설립자인 피터 애서로는 "군사강국들이 자율살상 기술을 첨단화하고 있다"며 "결국 그런 기술이 급격히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은 고도화한 AI 기술을 접목한 소형 드론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선박이나 항공기에서 벌떼처럼 많은 드론을 목적지로 날려보내 적군의 방어력을 초토화한 뒤 정규군을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미군은 전투기에 딥러닝(학습을 통해 판단력을 계속 강화하는 기술) 능력이 있는 AI를 접목해 공중전에 활용하는 시험을 하기도 했다.
가상전투에서 AI 파일럿은 베테랑 조종사에 맞먹을 만큼 우수한 역량을 입증했다.
AI 무기의 개발은 야심차게 진행되고 있으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사용 방식에서 일정 수준의 안전장치를 설정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2012년 발표한 자율무기 지침에 지휘관들과 작동자들이 적절한 수위의 인간 판단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그런 맥락에서 미군은 딥러능 기술이 있는 AI 파일럿에게 인간 조종사를 보조하는 역할만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활동가 메리 웨어햄은 "자율무기를 제한하는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인간이 계속 통제력을 지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에서 커져가는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첨단기술을 장착한 자율살상 무기의 개발은 결국 알고리즘(문제해결을 위한 전산 명령어들의 집합)들 간의 격돌로 치달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네덜란드 평화지지단체 팍스의 자율무기 전문가 단 카이저는 "주식시장에서 이미 그런 순간적 격돌(프로그램 매매)이 일어나고 있다"며 "자율무기 전쟁이 인간이 더는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가버린다면 생각하기도 끔찍한 사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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