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경증 코로나19 환자도 장내 미생물 불균형 '심각'
강북삼성병원 생활치료센터 입소 코로나19 환자 12명 분석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중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뿐만 아니라 무증상이거나 경증 코로나19 환자에게서도 심각한 수준의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관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박수경 교수, 연구지원실 김한나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4월 경북 영덕 삼성인력개발원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된 무증상 및 경증 코로나19 환자 12명을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장내 유익균은 줄어들고 유해균은 많아지는 등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 다양한 만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인체의 생리 현상과 대사, 면역 등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서는 심각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관찰되고 더디게 회복된다는 사실 또한 보고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무증상 및 경증 환자에게서도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고자 코로나19 양성인 시점과 음성인 시점에서의 대변 샘플을 각각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동일한 환자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은 코로나19 양성일 때 크게 줄었다가 음성인 시점에서 다시 증가하는 등 불균형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경향을 보였다.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은 박테로이데테스 계열의 세균과 퍼미큐테스 계열의 세균이 거의 비슷한 양으로 전체 장내미생물의 90% 정도 차지한다.
그러나 무증상 및 경증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박테리오데테스의 계열의 세균이 5% 수준으로 현저히 줄어들어 퍼미큐테스 계열의 세균과 박테로이데테스의 계열의 세균의 비율이 매우 불균형한 상태로 관찰됐다.
이후 바이러스가 사라져 음성 판단이 나올 시점에는 박테로이데테스 계열의 세균이 30% 이상 수준으로 빨리 회복됐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수경 교수는 "장내 미생물 환경이 불균형해지면 많은 질병의 원인이 돼 우리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며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법을 고려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하고 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북삼성병원 연구지원실 김한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내 불균형이 코로나19의 회복과정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면서도 "다만 더 많은 표본에서 장내 미생물의 전체 유전자를 분석하는 등의 기술을 사용하는 추가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스위스 출판사 MDPI가 발간하는 학술지 '미생물'(Microorganism) 최신판에 게재됐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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