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객은 격리 면제, 한국은 유지?…이상한 伊 방역 잣대(종합)
伊보건당국, EU 외 일본·미국·캐나다 등에 '그린 패스' 적용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입국 외국인 격리 의무 일본인은 풀고, 한국인은 유지?'
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만 놓고 보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실제 이런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달 1일(현지시간)부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함께 노르웨이, 스위스, 미국, 캐나다, 일본, 이스라엘 등에서 오는 입국자에 한해 디지털 코로나19 증명, 이른바 '그린 패스'를 적용하고 있다.
그린 패스는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해 항체가 있는 사람,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최대 10일간의 격리 의무 없이 자유로운 입국·여행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가운데 유럽 역외 4개국은 현지 보건당국의 자체 판단에 따라 선정된 국가들로 보인다.
해당국은 원래 이탈리아 정부의 코로나19 여행자 방역 분류상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 르완다, 싱가포르, 태국 등과 함께 확산 위험이 낮은 국가 그룹에 묶여 있었다.
이탈리아의 이번 조처에 대해 현지 한국 교민사회 등에서는 일본이 포함될 정도의 기준이라면 객관적 지표상 한국이 빠질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정보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인구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는 한국과 일본 모두 12∼13명대에서 형성되고 있으나, 총확진자 수는 일본이 6천370명으로 한국(3천122명)의 두 배 이상이다.
인구 1천명당 피검사자 수는 일본이 124명으로 한국(205명)보다 오히려 적다.
인구 100만 명당 신규 사망자 역시 일본은 0.2명으로 한국(0.04명)의 5배, 총사망자 수는 116.92명대 39.52명으로 3배 수준이다.
백신 지표로 넘어가면 한국의 1차 접종자 인구 비율은 30%로, 세계 최상위권인 캐나다(68%), 이스라엘(65%), 미국(54%) 등에는 못 미치지만 일본(23.7%)보다는 앞선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인구 비율은 고령 인구가 많은 일본이 12.6%로 한국(10.4%)보다 근소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이 한국을 빼놓을 결정적인 잣대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탈리아는 EU 차원의 그린 패스 도입 논의 당시 백신 1차 접종자도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린 패스 대상자가 확대돼야 자국 관광산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었다.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도 백신 접종률만 높을 뿐 지표상 코로나19 상황이 한국보다 결코 낫지 않다.
단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인구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각각 39.87명, 30.12명으로 월등히 많다. 캐나다가 14명으로 비교 가능한 수준이다.
우리 외교부도 지난달 말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전 세계 어떤 국가보다 안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그린 패스 대상국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전달했으나 이달 1일 시행 대상 국가 리스트는 끝내 바뀌지 않았다.
다만, 차후 그린 패스 대상국을 확대할 때 한국 요청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현지 보건당국은 어떤 기준으로 유럽 역외 대상국이 정해졌는지를 궁금해하는 우리 측 질의에 '국별 기준에 따라 검토한 결과'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을 뿐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적으로 방역 기준만 따지지 않고,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려는 경제적 또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배제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2018년 기준 연간 이탈리아 방문자 규모를 보면 일본이 102만6천여명, 한국이 99만6천여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2019년에는 우리나라도 이탈리아 방문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11∼13일 영국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후로 이탈리아와 일본, 미국, 캐나다 등 사이에 그린 패스와 관련한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언급된다. 이탈리아가 이들 국가에 대한 그린 패스 적용을 발표한 시점은 G7 종료 엿새 뒤인 19일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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