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마' 폭염…기후변화 탓 코로나19급 재난될수도
북미·유럽 신음중…기존 최고기온 5도 상회
한해 노인 30만명 죽인 거대 공중보건 위협
"기후변화로 회피불가…조기경보·피난처 등 대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폭염은 침묵의 살인자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일(현지시간) 이같이 규정하며 폭염이 피해규모에 견줘 덜 주목받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북미와 유럽은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북미 서부지역은 열돔(Heat Dome·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대지에 가두는 현상)에 갇히면서 최고기온 기록이 연일 깨지고 있다.
이번 폭염의 무서움은 최고기온 경신 폭에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 오리건주(州) 포틀랜드 기온은 지난달 29일 46.6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1965년 세워진 종전 최고치 41.6도보다 5도나 높았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은 지난달 30일 최고기온이 49.6도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이번 폭염 전 캐나다 최고기온 기록(45도)을 4.6도 웃도는 것이었다.
폭염은 사람을 지치게 하는 수준을 넘어 목숨을 앗아간다.
전날 BBC방송에 따르면 브리티시콜롬비아주에선 최근 닷새 사이 486명이 사망했는데 평년 평균치의 3배에 가까웠다.
세계 35개 기관으로 구성된 '랜싯 카운트다운'이 의학저널 랜싯에 작년 12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8년에만 65세 이상 30만명 가까이가 폭염에 숨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8년 연평균 폭염에 숨진 65세 이상은 2000~2004년에 견줘 54%나 증가했다.
기후변화로 폭염은 더 강해지고 기간도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이 이번 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해내도 수십 년간 기온상승은 막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폭염의 위험성을 신속히 알리는 조기경보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염을 피할 대피소를 만들고 건물들도 지붕을 하얗게 칠하거나 외벽에 식물을 조경하는 등 폭염 대응형으로 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폭염 위기는 더 잘 예상할 수도 예방할 수도 있다"며 "폭염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데에는 용서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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