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20 웸블리 관중 6만명 괜찮나…독·영 정상 신경전
메르켈 "너무 많아 대단히 우려"…존슨 "백신으로 면역장벽 갖춰"
마지막 방문, 존슨 총리·여왕 만나…메르켈 기리는 학술상 제정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독일과 영국 정상이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의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관중 규모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영국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3만명에 육박하지만, 높은 백신 접종률을 내세워 방역 규제를 계속 푸는 반면, 바다 건너 유럽에서는 영국에 퍼지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축구 열기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상황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일(현지시간) 유로 2020 웸블리 스타디움 관중 규모를 확대키로 한 유럽축구연맹(UEFA) 결정에 관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매우 염려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AFP, 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 런던을 방문해 보리스 존슨 총리와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영국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다음 주에 개최되는 유로 2020 준결승과 결승전 관중을 약 6만명까지 확대키로 했다.
이에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도 1일 유로 2020 경기장과 개최 도시의 술집에 모인 인파가 유럽에 코로나19 감염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존슨 총리는 이에 맞서 우려를 일축했다.
존슨 총리는 "당연히 과학적 지침과 권고를 따를 것"이라면서 "그러나 분명한 점은 전원 검사를 하는 등 매우 신중하고 잘 통제된 방식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백신 접종으로 "상당한 면역 장벽"을 갖췄다고 말했다.
다만, 메르켈 총리는 백신을 접종한 영국발 입국자에는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동안 그는 유럽 국가들이 통일된 대응을 해야 한다며 독일과 같이 영국발 입국자 규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존슨 총리와 메르켈 총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새로운 협정의 일환으로 양국 간 정기 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메르켈 총리는 양국 관계에 "새로운 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 후속 조치인 북아일랜드 협정을 둘러싼 갈등에 관해 메르켈 총리는 "실용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낙관한다"라고 말했다.
영국과 EU는 최근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가는 냉장육 대상 통관·검역을 3개월 더 유예키로 합의하면서 '소시지 전쟁'을 일단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존슨 총리는 "부어스트(독일어로 소시지)는 일단 우리 편이다"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메르켈 총리를 기리는 학술상을 만들고 매년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우수한 영국이나 독일의 여성을 선정해 1만파운드(1천560만원) 상금을 준다고 발표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만난다. 이번 방문은 9월 선거 후 물러나는 메르켈 총리 16년 임기 중 22번째이자 마지막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영국 국무회의에서 화상으로 연설도 했다. 이는 외국 정상으로서는 1997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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